경제협력추진위 2차회의 폐막을 목전에 둔 29일. 남북은 예정된 두번째 전체회의를 아예 취소하고 실무접촉에 매진하는 등 '옥동자'를 탄생시키기 위한 진통을 30일 새벽까지 이어갔다.남북 회담의 오랜 전통인 밤샘 막판 담판이 이번에도 재연된 것. 남북 대표단은 '9월 중순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동시 착공'에 원칙적 합의를 보고서도 마지막 실익을 챙기기 위해 실랑이를 계속했다.
최대 난제는 역시 철도·도로 공사착공 시점이었다. 남측은 늦어도 9월 중순 착공을 마지노선으로 삼은 반면, 북측은 준비할 게 많다면서 은근히 쌀과 비료의 지원량을 늘리려는 절박함을 드러냈다. 북측은 7차 장관급회담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군부의 동의'를 다시 끄집어 내는 등 집요하게 남측의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에 언급된 '기술적 문제 등을 고려한다'는 단서가 결국 '군사적 문제'로 귀결된 셈이다.
비무장지대(DMZ) 내 연결 지점을 어디로 할 것인지를 비롯해 북측 구간 공사 재개를 위한 침목, 레일 등 자재 및 장비 지원 문제도 공방의 대상이 됐다. 북측은 자재 지원에 대한 확답을 우선적으로 요구했지만 남측은 공사 착공 시점이 확정돼야 300억원 규모의 자재와 장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측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날짜를 못박지 않으면 식량지원 등 모든 합의가 의미가 없다'는 남측의 협상 전략에 밀리는 인상이었다. 북측은 30일 새벽2시 착공 날짜를 받고 돌아오라는 평양의 최종 훈령을 받은 뒤 남측 안대로 공동합의문을 작성하자고 통보해왔다. 남측 대표단은 반색하며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있던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 등 보고라인에 급전을 때렸다.
개성공단 건설, 임진강 수해방지 등 여타 의제들은 예상대로 철도·도로 연결 문제와 맞물려 주고받기식으로 척척 합의점이 도출됐다. 남측은 개성공단 조성 구체화를 위해서 북측이 경제특구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북측은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재개하자고 호응했다.
북측은 조선인민군 장병들이 건설했기 때문에 난감해 했던 임남댐(금강산댐) 공동조사와 군사 지역이라 부담스러웠던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도 다음달 중에 실무접촉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물러섰다.
'뜨거운 감자'였던 전력 지원 문제는 실무 접촉 과정에서 언급은 됐지만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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