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의 대부분은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를 지배하고 있어 이사회의 경영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29일 명지대 강희갑 교수(법정대학장)가 상장회사협의회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주식회사의 경영감독·감사 및 감사위원회제도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국내 상장기업 110개사 중 CEO가 이사회의장을 겸하고 있는 회사는 96개사(87.3%)로 조사됐다.
또 65.5%인 64개사는 이사회 안건을 지배주주나 오너, CEO의 지시에 의해 작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사회 의안을 CEO가 정한다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51.5%인 55개사가 '방법이 없다'고 응답했다.
강 교수는 논문에서 "대부분 기업에서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의장이 분리돼있지 않아 경영진이 이사회를 지배하고 그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사회의 경영감독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조사대상 회사의 이사 수는 평균 6.5명(올 4월 기준)으로 미국의 평균 11.7명(97년 기준)에 비해 크게 적었으며 사내이사의 비중(66%)도 사외이사(34%)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가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회사는 25.7%에 불과했고 43.7%는 사외이사가 경영감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사회 개최시간도 1시간 이내(60.9%)가 가장 많아 안건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한편 사외이사의 연간 평균보수 총액은 1,000만원∼2,000만원(31.4%), 2,000만원∼3,000만원 (26.5%), 3,000만원∼4,000만원(15.0%), 1,000만원 미만(11.8%), 4,000만원∼5,000만원(4.9%) 등이었으며 무보수도 7.8%를 차지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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