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주5일 근무 시대의 불교적 대안으로 떠오른 주말수련회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고요한 산사에서 마음을 닦는 수련이 여가활동과 휴식을 함께 즐기려는 현대인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져 큰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처음 선보인 해남 대둔사의 주말수련회 프로그램인 '새벽숲길'은 6차(9월 6∼8일) 수련회까지 매회 모집 인원을 모두 채울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원장 도영 스님)은 주말수련회 확대를 종단 차원의 과제로 삼고 9월부터 월정사, 보광사와 공동으로 주말 수련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혹독한 출가 수행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하계 수련법회와는 달리 최대한 자율적이고 편안한 내용으로 짜여진 것이 특징. 월정사와 보광사는 여기에 인근 자연환경과 사찰 특성을 활용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9월 13∼15일 월정사(주지 현해 스님)에서 '천년의 기다림'이란 주제로 열리는 주말수련회는 역사적인 고찰의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643년 건립된 월정사는 강원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동쪽 계곡의 울창한 수림 속에 자리잡고 있으며 신라시대 자장율사에서부터 근대의 한암, 탄허 스님에 이르기까지 이름난 선지식들이 머물던 곳. 특히 월주문에서 절에 이르는 800m 구간에 늘어선 전나무 숲길과 부처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등이 볼거리다.
수련회 참가자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예불, 참선, 108배, 저녁예불, 울력 등 몇 가지 불교 예식에 참여한 뒤 대부분의 시간을 산사에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상원사와 적멸보궁, 산내 암자와 오대산 사고(史庫)지인 영감사, 전나무 숲길, 부도밭 등을 산책하거나 국보로 지정된 팔각구층석탑 등 문화재와 사찰 안에 있는 성보박물관을 견학할 수 있다.(www.woljungsa.or.kr 참조)
보광사(주지 선우 스님)는 30일부터 9월1일까지 '숲과 태극권 그리고 참 나를 찾아서'란 주제로 수련회를 연다. 경기 남양주시 천마산에 있는 보광사는 태극권, 폭포에서 명상하기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새벽에 일어나 대웅전 앞 마당을 경행(經行·명상하며 걷기)한 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태극권 사범증을 받은 동운 스님의 지도로 태극권을 배운다. 또 하루 두 차례 준비된 '송하방담(松下放談)' 시간에는 스님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사찰 인근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명상하는 관법(觀法) 수행을 체험한다. 1차 수련회 신청은 사찰 홈페이지(myhome.naver.com/bokwangsa)를 통해 홍보한지 1주일 만에 마감됐다.
이외에도 전남 보성 대원사, 경남 창원 서원사, 충남 공주 영평사, 경북 영천 은해사, 서울 길상사 등에서 각 사찰의 특성에 맞는 주말 수련회를 실시하고 있다.
포교원 관계자는 "주말수련회를 통해 올바른 여가문화를 선도하는 것은 불교가 가진 문화적 자산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수련회 외에도 생태기행, 주말농장, 문화기행, 복지기관 자원봉사 등 다양한 주말 프로그램과 테마 수련회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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