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수 진갑용(28)이 국내 프로야구선수로는 처음으로 약물복용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프로야구가 때아닌 약물 파동에 휩싸였다. 국내 프로야구선수들의 약물 복용 실태와 부작용, 향후 대책 등을 알아본다.■약물복용 실태
많은 프로야구선수들이 근육강화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체력이 재산인 프로선수들이 시즌 동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을 찾고 있다. 한때 약물을 복용했던 한 선수는 "관중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이 높았다"고 털어놓았다. 1990년대 후반이후 순발력보다 힘의 야구가 통하고 있는 분위기도 약물복용을 부추기고 있다. 약물 무풍지대였던 국내 프로야구에 약물복용 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는 외국인선수들이 들어온 98년부터. 일부 용병들이 약물복용으로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본 국내 선수들도 약물복용 대열에 가세했다. 이후 해외 전지훈련 등을 통해 앞 다퉈 약물을 구입했고 일부 구단의 경우 구단차원에서 구입, 원하는 선수에게 나눠주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복용의 폐해
약물복용은 당장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지만 장기간 계속될 경우 마약 못지않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명승운 책임연구원은 "근육강화제 등을 장기 복용하면 간염 간암 심근경색 고혈압 등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것 자체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팬들이 선수들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는 까닭은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에 대한 격려이기 때문이다.
■시급한 대책 마련
진갑용의 약물고백 못지않게 충격적인 사실은 이 문제가 불거진 후 드러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국내 구단의 약물 불감증이다. KBO는 제재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갈 태세고 삼성도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수는 있어도 징계를 줄만한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선수들의 약물남용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호세 칸세포가 "선수의 85% 이상이 약물을 먹고 있다"고 폭로, 논란이 일었던 메이저리그에서도 내년 시즌부터 제한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도핑테스트를 실시키로 했다. 프로야구의 한 관계자는 "지금 그냥 넘어가면 누군가가 쓰러져야만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KBO와 선수협의회가 공동으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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