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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마마/사랑은 공유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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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마마/사랑은 공유하는 것이라고?

입력
200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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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멕시코 청년들. 한창 섹스와 여자에 관심이 많다. 단짝 친구인 총리의 아들 테녹(디에고 루나)과 빈민의 아들 훌리오(게일 가르시아 베르날)도 마찬가지다. 계급은 다르지만 관심이 같다는 점에서 단짝이 된다.멕시코 영화 '이 투 마마'(Y Tu Mama Tambien: 네 어머니도 마찬가지)는 언뜻 10대의 뜨겁고 성급한 성적 욕망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시작하는 매우 독특한 여행은 섹스를 초월한 성 이데올로기와 계급간의 숙명적 긴장감이란 두가지 명제를 던진다.

둘은 테녹의 사촌형의 아내 루이자(마리벨 베르루)와 부푼 마음을 안고 여행을 떠난다. 남편으로부터 "다른 여자와 잤다"는 전화를 받은 루이자는 홧김에 그들과 '천국의 입'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곳을 찾아 떠난다.

이들의 성적 시도는 꽤나 자극적이다.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며 루이자는 테녹과 훌리오에게 각각 동침의 기회를 주고, 흥분한 두 사람은 내친 김에 "네 여자 친구와 잤다"는 고백을 늘어 놓는다. 가장 친한 친구인 두 사람은 그동안 서로 속고 속이는 인연의 사슬을 엮어 왔던 것이다. 다투고 토닥거리지만 이내 화해한다. 세 사람의 성적 일탈은 우연히 진짜 '천국의 입'을 찾아내면서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다. "네 엄마도 마찬가지야(나와 잤어)"라는 훌리오의 고백에도 그들은 더 이상 화내지 않는다. 그들에게 성이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공유하면서 즐기면 되는 것. 세 사람은 마침내 동성애와 이성애까지 공존하는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천국이 먼 것처럼 '공유하는 성'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 일탈적 성을 경험한 셋은 다음날 각자 헤어지고, 그들 사이도 멀어진다. 끊임없이 개입하는 내레이션은 영화적 몰입보다는 사색을 요구한다. 계급갈등을 표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갈라설 수밖에 없다. 둘 사이에 흐르는 은밀한 계급적 적대감을 코믹터치로 세련되게 묘사한 감독의 재능이 돋보인다.

남미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빌리지 않고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소년기의 성적 집착과 일탈, 그리고 일상에 존재하는 계급적 갈등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그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각색한 '위대한 유산'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아 2004년 개봉 예정인 해리포터 시리즈 3편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메가폰을 잡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남미의 열정과 고민을 느낄 수 있는, 그러면서 극적 재미도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9월6일 개봉. 18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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