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에서 동시다발로 나오는 경제지표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면서 경기와 증시가 서로 눈치를 보는 혼조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소비지수 등 각종 심리지표가 나빠지고, 이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자 지표를 해석하는 투자자들의 시각도 혼란스럽다. 증시 전문가들은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지표에 따라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그 속에 포함된 추세와 펀더멘털의 변화에 주목하라고 지적했다.■실물은 양호, 심리는 악화
최근 나오는 한·미 경제지표에는 굿 뉴스와 배드 뉴스가 뒤섞여 있다. 미국 기업들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컴퓨터나 통신·교통장비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7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보다 8.7% 늘어나 9개월만에 최대로 증가한 반면, 소비자들의 미래소비 태도를 나타내는 8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인 93.5를 기록해 예상치(97.5)를 크게 밑돌았다. 때문에 뉴욕증시는 27일 내구재주문 증가를 기업 투자 회복신호로 해석하며 상승 출발했다가 소비자신뢰지수 악화 발표가 나오자 급락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국내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생산은 8.9% 증가한 반면 설비투자는 3.3% 감소했고 경기종합지수도 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불투명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정무일 연구원은 "대체로 심리지표는 불안한 반면, 실물지표는 과거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심리지표 호전여부가 경기 및 증시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표로 추세와 미래 읽어야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6월부터 최근까지 경제지표에 낙관과 비관이 뒤섞인데다 월별로 등락이 바뀌는 등 추세화가 약해져 신뢰성이 감소하고 투자심리와 수급상황에 따라 시장의 반응도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처럼 증시 상황이 좋으면 나쁜 지표도 좋게 해석하고, 투자심리가 나빠지면 양호한 지표도 부정적으로 읽으려 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시장의 관심이 소비 동향에 쏠려 있는 만큼 소비관련 지표에 관심을 두고, 국내는 수출관련 지표와 내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라"고 권한다. 삼성증권 손범규 연구원은 "월말과 월초에 발표되는 지표들은 과거 데이터인 만큼 단기 등락에 영향을 미치지만 증시의 추세에는 영향이 적다"며 "3분기 지표가 가시화하고 4분기 예상치가 나오는 9월말께나 증시의 추세 반전과 관련된 변동이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지표는 전월(전분기)과 비교해 발표하는 반면 국내 지표는 지난해 같은 달(분기) 대비라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령 미국의 2분기 'DP가 1.1% 성장한 반면 우리나라는 6.5% 늘었다고 발표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처럼 전월과 비교하면 1.4% 성장에 그친다. 현대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경제지표가 크게 엇갈린 만큼 시장은 앞으로 남아있는 지표의 개선 또는 악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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