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이주일씨가 62세로 변화 심한 생애를 마감했다. 40세까지 '못 생긴' 용모 탓에 설움을 받던 무명MC에서 '코미디의 황제'라는 별명을 들어가며 승승장구하다가, 폐암으로 급히 막이 내려진 일생이었다. 그의 극적인 최후가 애석함을 더해 준다. 이 비보를 통해 그는 삶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우며 불가해한가를 마지막으로 말해주는 듯하다.그의 생애는 자신의 불리·불우한 처지를 유리한 조건으로 바꾸어 마침내 성공하는, 뒤집기의 연속이었다. 그는 서민적이고 지혜로운 연예인이었고, 용기 있는 코미디언이었다. 코미디에서도 용모가 중시되던 시대를 간신히 통과해온 그는 80년대 초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자신을 한껏 낮추며 시청자의 우월감을 자극함으로써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외모 중시사회의 위선을 풍자하며 코미디에 발랄한 생기를 불어넣었으나, 그가 코미디의 수준과 질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저질 코미디'란 이유로, 그러나 당시 소문에 따르면 그의 대머리가 최고 권력자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TV 출연이 강제로 금지되자 그는 밤무대를 휘저으며 권력자를 야유해서 인기가 절정에 올랐다. 그는 '수지 Q' 노래에 맞춰 걷는 '오리춤'을 유행시켜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불리한 조건을 유리하게 이용한 지혜로운 예다.
한때 국회의원도 했으나, 그보다는 폐암과 투병해온 만년이 더 의미 있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불행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었다. 투병하며 금연운동을 펼치는 그의 의연한 모습이 감동스러웠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큰 힘과 희망을 주었다. 그의 금연운동은 '이주일 신드롬'으로 불릴 만큼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그는 가고, "정치가 잘 돼야 코미디도 잘 됩니다"라는 말이 남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