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 총리서리는 28일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마자 사의를 표명하고 30분 만에 정부중앙청사를 떠났다. 총리서리에 임명된 지 19일 만이다.홀로 집무실에서 TV도 켜지 않은 채 '운명의 결정'을 기다리던 장 서리는 이날 오후 4시께 정강정(鄭剛正) 비서실장과 김덕봉(金德奉) 공보수석이 개표 결과를 보고하자 담담한 표정으로 "부덕의 소치"라며 수용했다. 장 서리는 이어 "청문회를 준비하느라 고생한 총리실 직원들 부부 간에 식사나 하시라"면서 금일봉을 건넸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부결 방침을 정한 후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서리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성명을 통해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지만 지금은 모두가 합심해 국정 공백을 막아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밝혀 정치권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장 서리는 오전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하면서도 통과될 것으로 낙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할 때는 경비직원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며 미소를 보내기도 했다. 장 서리는 그러나 김진표(金振杓) 국무조정실장 등과 청사 국무위원 식당에서 갖기로 했던 오찬을 취소하고 설렁탕을 배달시켜 식사를 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초조한 심정을 드러냈다.
장 서리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일언반구 하지 않은 채 총리 관용차가 아닌 개인 승용차를 타고 청사를 떠났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제적으로도 망신"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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