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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부산亞게임기념 특별전/고려·조선 대외교류에 "눈이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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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부산亞게임기념 특별전/고려·조선 대외교류에 "눈이 번쩍"

입력
200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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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바람을 타고 역사 분야에서도 교류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기념 행사로 27일 개막한 '고려·조선의 대외교류' 특별전은 실제 유물을 통해 당대 대외교류의 역사를 더듬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전시에는 고려 때 송(宋)과 원(元), 거란과의 교류, 조선시대 명(明) 청(淸) 일본 등과의 사신 왕래 및 문화교류의 일단을 보여주는 유물 350여점이 선을 보인다.

이 가운데 고려와 원의 교류관계를 엿볼 수 있는 고문서 한 장이 특히 눈길을 끈다. 전남 순천 송광사가 소장한 이 문서는 '원대 티베트문 법지(法旨)'란 이름으로 일반에 처음 공개됐는데, 그 성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까지는 원감국사(1226∼1293)가 충렬왕의 명을 받아 원에 갔다가 세조 쿠빌라이에게서 받은 신분보장용 통행증으로 알려졌으나, 일본의 티베트문자 전문가 나카무라 준씨는 지난해 동국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원 불교의 최고 권위자인 제사(帝師·황제의 스승)가 발급한 '법지'(명령문서)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현존하는 법지 23점 중 제사의 명령서 16점과 서체, 크기 등이 같다는 게 근거다.

그는 또 일부 해독문을 토대로 원 세조가 송광사로부터 거둬들이던 세금을 면제하며 내린 문서라고 주장한다. 이용현 학예연구사는 "현재로서는 법지설이 타당해보이지만 '고려 불교계가 원 황제에게 봉사하고 대가로 보호를 받았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 순조와 철종이 사신을 통해 청 황제에게 보낸 '표문(表文)'은 당시 외교문서 양식을 살필 수 있는 흔치 않은 사료다. 박물관이 올해 개인소장자에게서 사들여 처음 공개했는데, 청에 보낸 문서가 어떻게 국내에 흘러 들어왔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고려 때 송에서 들여온 두루마리경전 '신찬일체경원품차록(新纘一切經源品次錄·국보 245호)'과 역시 송에서 전해진 '황비창천(煌丕昌天)'이란 글귀와 항해도가 새겨진 구리거울에서는 중국과의 해상 교류 및 불교 교류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조선 인조의 책봉을 요청하기 위해 명에 파견된 이덕형(李德泂) 일행의 사행길을 담은 '항해조천도(航海朝天圖)', 조선 때 서양에서 도입된 세계지도 '곤여전도(坤輿全圖)', 조선 일본 통신사 일행의 행로를 묘사한 '사로승구도(?路勝區圖)' 등도 전시된다.

이영훈 고고부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유물 확충 등 2005년 개관하는 용산 새 박물관에 들어설 역사관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13일까지 열린다. (02)398―5169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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