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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리그(하)외국의 심판제도/"프로" 심판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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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리그(하)외국의 심판제도/"프로" 심판을 키우자

입력
200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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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버밍엄의 미드필더 로비 새비지(27)는 최근 잉글랜드축구협회로부터 1만파운드(약1,800만원)의 벌금 판정을 받았다. 레이체스터에서 활약하던 4월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 당일 심판전용 화장실을 무단 이용했다는 게 죄의 전부였다. 새비지는 "갑자기 배가 아파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지만 협회의 입장은 단호했다. 잉글랜드에서 심판이 차지하는 권위와 엄격한 보호규정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판정을 둘러싼 시비는 만국 공통의 문제다. 하지만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각국은 심판의 자질 향상과 권위 존중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을 쏟은 결과 K리그에서 빈발하고 있는 추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는 지난해 6월 프리미어리그를 진행하는 심판진의 이원화와 심판위원회 독립을 골자로 하는 혁신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셀렉트그룹(주심 24명·부심 48명) 외에 50명의 주심, 188명의 부심으로 구성된 내셔널그룹을 따로 두어 수시로 리그 참여가 가능하게 했다. 각종 테스트 점수와 경력에 따라 8등급으로 나뉘는 심판 중 최상위 1급은 최소 3만3,000파운드의 기본연봉을 받는다. 등급별 심판은 또 해마다 재교육의 기회를 갖는다. 축구협회 심판위원장 존 베이커는 "전국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에 재교육을 이수한 심판을 기용하기 위해 매년 1만명의 심판을 더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판정 논란의 원인을 제공하는 국내 프로축구 심판의 자질시비는 결국 한정된 인적자원과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부재에서 비롯된다. 현재 3등급으로 나뉘는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은 450명에 불과하다. 해마다 3급 심판 300명이 양성된다지만 이중 실제 활동하는 심판은 60명이 채 안돼 각급 경기 소화에 턱없이 부족하다.

"유럽 심판 2명을 영입 준비중"이라는 김원동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은 "자국 리그에 외국인 심판을 기용하는 건 세계적으로 전례가 드문 굴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심판이 전문직이 아닌 기능직으로 대접받는 풍토와 축구협회의 형식적인 심판양성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판정 시비가 해결되기는 요원하다는 게 축구인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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