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잇달아 열리자 청문회의 기능과 운영방식을 놓고 백가쟁명식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청문회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88년이다. 언론통폐합을 다룬 '언론청문회'와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시도한 '광주청문회', 그리고 전두환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고자 했던 '5공청문회'등이 한꺼번에 열려 소위 '청문회정국'이 탄생했다. 대성공을 거두었던 서울 올림픽의 상승무드가 과거를 단죄한 청문회의 열기에 완전히 밀렸고, 분노한 여론은 전두환 전대통령을 백담사에 유배시켰다.■ 이때부터 청문회는 국회가 휘두를 수 있는 전가의 보도인양 인식됐고, 툭하면 청문회를 열자는 정치공세가 줄을 이었다. 공직자들은 잘못하면 청문회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식해야만 했고, 의원들은 TV로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일약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 자체가 일종의 형벌이 되기도 했다.
■ 물론 인사청문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인사청문회는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 하거나 국회가 선출하는 공직후보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이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케이스이고, 국회 선출직은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과 중앙선관위원 등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 대상을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등 힘있는 자리까지 확대 시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국회는 10월 7일부터 9일까지 또 다시 청문회를 연다.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의 일환이다. 문제는 청문회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에 입각해 날카로운 질문을 하고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면 청문회의 진가가 발휘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언론에 보도된 재탕 삼탕의 질문과 상대당을 골탕 먹이려는 정략적 회의운영 등은 청문회에 대한 회의와 함께 정치혐오증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청문회는 보약이 될 수도 있고, 독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잘하면 스타가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무식이 탄로나는 등 본전도 못 건진다. 공적자금 청문회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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