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눈에 비친 청소년들의 모습은 부정적이다. 개인적이다 못해 이기적이고 책보다는 인터넷과 휴대전화에 빠져 있고 스타 연예인을 좇아 다닌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유흥비 마련을 위해 몸을 파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보기에 청소년들은 '골치 덩어리'이다.그러나 월드컵은 이런 고정관념을 확 바꿔 놓았다.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줄 알았던 이들이 한국팀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제쳐놓고 '붉은 악마'응원에 동참했고 태극기를 흔들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콘서트장 체험을 길거리 응원에 이용했다. '아, 우리 청소년들이 이렇게 성숙했구나!'하고 놀라는 어른들이 많았다.
이제 어른들이 화답할 차례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청소년들의 성숙한 의식에 대해 어른들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아직 학교는 청소년들에게 자기 탐색의 기회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다양성보다는 순응을 강요하고 있다.
개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한가지 기준으로 청소년들을 서열화하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 하는지를 발견하고자 하는 청소년기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월드컵을 계기로 나타난 공동체적 징후와 질서의식을 청소년 스스로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스포츠, 발표회, 음악회를 열고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하고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월드컵 체험을 자원봉사 등 공동체적 가치를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을 과도한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보호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고민을 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꿈을 실현하지 못해 좌절하고 상처 받는다면 어른들의 책임이다.
이경상 한국청소년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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