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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쩌나" 청와대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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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쩌나" 청와대 참담

입력
200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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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환(張大煥) 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청와대는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속수무책의 모습이었다.두 차례나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는 사실은 청와대의 정치적 영역이 거의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명분이 있든, 없든 간에 청와대가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려면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양해가 전제돼야 하는 처지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현실은 청와대의 권위 추락, 영향력 실종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정치적 한정치산자"라는 한 관계자의 넋두리처럼, 이미 시작된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 후유증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총리 부재로 발생하는 행정적, 절차적 어려움이 간단치 않다. 내각 통할도 어려워지게 되며 공직사회의 분위기도 느슨해질 게 뻔하다. 주요 구조개혁이나 공기업 민영화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표류할 가능성도 높다. 보신주의와 눈치보기가 횡행하는 총체적인 국정 공백이 우려에서 현실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이번 사태는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돼있는 9월말의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10월말의 아시아·태평양 정상회의(APEC) 일정이 모두 뒤틀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의 국가신인도를 계속 상향시켰던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정치적 불안정을 이유로 후한 평점을 거둬들일 가능성도 높다. 세계 주요 언론들도 두 번째 부결 사태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분위기이다.

이 대목에서 청와대가 취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조속히 후임 총리 서리를 지명, 국회의 동의절차를 다시 밟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간을 두면서 국정 공백의 책임을 다수 세력인 한나라당의 오만으로 등식화하면서 버티기로 나가는 방법이다.

청와대는 정서상으로는 후자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이지만, 결국 전자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후임 총리를 지명하려 해도 마땅한 적임자가 있느냐 이다. 흠 없고 역량있는 인물을 찾기도 어려운데다 설령 적임자를 찾았다 해도 그가 험난한 청문회 과정을 감수하면서 총리직을 수락할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후임 총리를 지명하지 못하는 공백의 상태가 상당기간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이래저래 청와대의 수심(愁心)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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