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친구와 전화하며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내 철학이야"라고 농담하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언어감각, 가치관이 즉물적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놀라웠다.딸아이 같은 젊은이들이 많은 때문일까. 미국의 유수 경영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한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영대학원 입시학원이 서울에만 여러 곳 있는데 한 학원(www.mba.co.kr)에서 지난해 내보낸 미 50위 권 경영대학원 합격생 수만 500명, 지원자 수는 3배 이상이었다고 한다.
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다른 나라도 사정이 비슷한 듯하다. 미 경영대학원 입학을 원하는 외국학생을 위한 사이트(www.ForeignMBA.com)까지 있다.
그런데 최근 미 경영대학원의 경영학석사(MBA)학위의 유용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MBA 학위만 받으면 공부에 들어간 비싼 등록금과 2년의 시간을 좋은 직장, 높아진 연봉으로 보상 받게 된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실제로 조사해 보니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미 경영대학원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B-School'이라는 약자로 불리는 경영대학원의 수없이 많은 공식사이트, 가이드사이트(www.Bschool.com) (www.CareerJournal.com), 그 입학시험인 'MAT 안내사이트가 갑자기 무색해 보인다.
MBA 학위의 가치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미 경영대학원협회(AACSB), 불을 붙인 것은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교수 제프리 페퍼이다. 그 골자는 수업료만 6만 달러(약 7,200만 원)인 MBA 학위는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 닷컴 거품 시절에는 기업이 MBA를 딴 젊고 총명한 사람을 선호했으나, 실제세계에서의 경험이 중요해진 이제는 그렇지 않으며 40년간의 자료를 보면 MBA취득자가 기업에서 더 우대 받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의에 대한 이의가 있기는 하다. 미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MAC)는 입학시험 준비자가 늘고 있으니 학위수요가 아직 많다고 주장하는데, MBA 학위가 가치 있다는 논리는 펴지 못한다. 자, 오래 전부터 MBA를 위해 준비해온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 페퍼 교수의 말.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싶은 사람, 두뇌도 있고 재충전하고 싶은 사람은 좋은 곳에 입학하여 감성을 자극할 대학 내의 다른 과목도 공부하고 수업에 최대로 집중하라. 실사회에서의 적용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이미 몇 컨설팅회사들은 MBA를 믿지 않고 자체 재교육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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