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생과 사랑에 빠진 형수, 남편의 외도에 충격받아 시골 의사와 사랑에 빠지는 아내….'엽기적인 그녀'류의 알콩달콩한 신세대 사랑얘기는 올 추석 차태현 이은주의 '연애소설'(9월 13일 개봉)로 다시 이어진다. 그러나 지금 충무로는 치정이나 불륜 등 보다 하드 코어에 가까운 사랑 얘기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1999년에 나온 인기 소설인 전경린의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제작 좋은영화)이 영화화된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데, 감독은 더 파격적이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역경을 다큐멘터리로 표현해 온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이 바로 이 치정과 불륜 드라마의 메가폰을 잡았다. 로맨틱 코미디 '아이언 팜'으로 '쉬리'의 여전사 이미지를 벗어버린 김윤진과 영화에 데뷔하는 이종원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10월 개봉할 예정.
'중독'(제작 씨네2000)은 시동생과 형수의 사랑이라는 꽤나 자극적인 소재에 최근 연기력을 인정받아 충무로의 캐스팅 1순위 연기자로 떠오른 이병헌과 이미연을 동시에 캐스팅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각별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이 사망하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시동생에게 남편의 영혼이 옮겨가는 빙의 현상이 나타나고, 혼란스러워 하던 아내가 시동생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이 영화 역시 10월에 개봉한다.
잡지사 편집장인 유부남에게 여자 친구를 빼앗긴 분풀이로 남자 회사에 취직한 청년이 또 다시 자신이 사랑하는 연상의 여인을 편집장에게 빼앗기는 과정이 그려지는 '질투는 나의 힘'(제작 청년필름).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인공이었던 박해일이 질투와 절망감이 사로잡힌 '연애적 약자'를 연기한다. 연애를 유일한 낙으로 삼는 바람둥이 역에 문성근, 두 사람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사진작가로 배종옥 열연. 연상의 여자, 엿보기 등 성인 영화적 소재가 다분하지만 심리적인 흐름에 초점을 맞춘 고급스런 멜로다.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먼저 선을 보인 후 11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최근 불륜이나 치정을 소재로 한 영화는 육체적 관계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특징. '해피 엔드'의 성공 요인이 전도연의 과감한 노출 연기는 물론 이해 당사자들의 미묘한 긴장을 심도있게 표현한데 있는 것처럼, 요즘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소재의 선정성이나 여배우의 육체적 노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심의기준이 완화된 탓에 표현방식이나 설정이 자유로워진 것도 한 이유. 현재 제작중인 영화가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선보인다면, 한국영화의 멜로 장르도 한 단계 넓고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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