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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새로운 정치문화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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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새로운 정치문화 보고싶다

입력
200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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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양 김씨라 불리는 분들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한국 현대 정치사를 지켜보아 왔다. 어찌 보면 기뻐해야 할 그들의 대통령 당선이 항상 개운치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오로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자신이 오랫동안 비판해 왔던 반민주화 세력과 서슴없이 야합을 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측근과 친인척들의 부정부패가 민주화 세력 전반에 대한 치명적 불신을 초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와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무엇보다도 그들이 민주화를 내세우면서도 한국의 정치 구도를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일에 소홀했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새로운 지도력의 성장을 가로막는 보스 중심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고수, 자신에게 충성을 바친다면 정치적 경력과 성향에 상관없이 마구 세력권으로 끌어 들였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여·야당에는 도저히 정체성과 정치경력이 일치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현 대통령만 하더라도 박정희 정권 때부터 5공, 6공에서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심지어 자신을 좌경용공으로 매도해 왔던 사람들을 행정경험만을 내세워 고위직에 임명해 왔다. 또 야당활동이나 민주화 운동이 핍박을 받았던 군부독재 시절에는 외면하고 있다가 지역주의에 편승하여 뒤늦게 정치판에 참여한 사람들이 핵심측근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 정권을 부패비리 정권으로 비난받도록 한 장본인들과 지금 민주당 내에서 후보교체론을 주도하는 정치인 대부분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6·13지방선거 및 재·보선 패배와 지지율 하락을 들먹이지만 사실은 그 동안 민주화 운동의 일반적 입장에 바탕을 둔, 특별히 더 과격할 것도 없는 후보의 정치적 입장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후보가 되지 못했으니 재라도 뿌리고 대선 패배 이후의 정국을 주도해 보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 일부가 주장하는 '반창(反昌)연대'는 또 하나의 정치야합에 불과하며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추대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도 그들과 손을 잡는 순간 지지율이 급전직하할 것이며 국민의 극심한 정치불신과 노회한 정치꾼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사실 '노무현 바람(노풍)'은 기성정치세력에 대해 총체적 불신을 가지고 있고, 당시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했던 모 정치인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연말 대선에서는 과연 누구를 위해 투표장에 가야 하는지 고민했던 사람들이 대거 노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후보가 된 후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의 창출이 아니라 '양 김' 연대의 복원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지지자들의 이탈을 불러 왔다. 양 김씨는 더 이상 국민에게 민주화의 지도자로 인정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참신하고 구체적인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보다 상대 후보의 과거와 실책에 대한 공격을 통해 지지기반을 확대해 보겠다는 전략은 결코 새로운 정치문화가 아니다.

노 후보가 지지율에서 뒤진 이유는 그의 지지기반을 형성했던 젊은 세대들의 참신한 정치에 대한 기대가 월드컵 성공과 맞물려 다른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는 이미지 정치라고 했을 때, 그는 바로 그 덕을 보았고, 또 바로 그것 때문에 지지율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민주화 운동의 계승을 자처하는 것만으로는 디지털 세대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 세대가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자유롭고 발랄한 감수성을 제도화할 수 있는 정치와 정치인이다. 정치는 결국 표의 대결이다.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다수인지, 누구의 생각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득표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민주사회의 시스템과 원칙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이 기꺼이 투표하고 싶을 대선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주진오 상명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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