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대학생이 한국영화의 음악을 맡는다. 주인공은 미국 UCLA 영화음악작곡과 3학년 박지웅(24·barkmusic007@hotmail.com)씨. 여름방학을 이용해 22일 서울을 찾은 그는 최근 '해안선' 촬영을 마친 김기덕 감독의 다음 작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음악을 맡기로 했다. "한국적인 정서를 살리면서, 서양인들도 소화할 수 있는 스케일이 큰 음악을 만들겠습니다. "박지웅씨는 자신한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는 한국인이고, 이미 할리우드가 차세대 영화음악가로 주목할 만큼 재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홉 살 때 성악가인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서 뉴욕 줄리어드 음대 프리칼리지와 버클리 음대를 거친 그는 지난해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할리우드 영화음악가 제리 골드 스미스가 매년 세계 영화음악 작곡가 한 명에게 주는 작곡가상을 받았다.
지난 7월 전세계 작곡가 1,000여명이 참가한 할리우드 애스캡(ASCAP)음반사 주최로 LA에서 열린 '2002 영화음악작곡경연대회' 에서도 그의 곡 '챔피언' '여행' '햇살이 비치는 바다' 등 6편이 모두 톱10에 뽑혔다.
지난 주에는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그의 곡들을 CD로 내고 싶다고 요청해와 '별이 빛나는 밤' '전쟁없는 세상' 등 10여 곡을 보냈다는 것.
할리우드에서 한국인 음악가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게 1차 목표이지만 한국영화에 관심이 없을 리 없다. 최근에는 '수취인불명' '친구' '챔피언'을 봤다. "스토리나 기술에서 미국영화와 별 차이가 없어졌다. 그러나 음악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사랑 이야기는 음악이 아름다우면 되니까 별문제가 없는데 심리적으로 복잡한 영화는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세계시장을 공략하려면 보다 폭 넓게 음악의 선택이 필요하다."
첫 도전으로 김기덕 영화를 선택한 것도 그에 대한 해외의 높은 관심을 알고 있기 때문. "감독에게 믿음을 주는 편안한 작곡가가 되겠다" 고 했다. 김기덕 감독 역시 "마음 편하게 맡길 작곡가를 만나 기쁘다"며 반겼다. 박지웅씨는 한국과 일본에서 뉴에이지 음반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피아노 연주곡입니다. 시련과 슬픔에 관한 곡들입니다. 가벼운 카페 뉴에이지 음악이 아니라,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복잡하고 흔치 않은 코드의 곡들입니다."
이미 400여 곡을 만들어 놓았다. 왕성한 생산력이 김기덕 감독과 비슷하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유창한 한국말로 "저녁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해내듯, 곡도 매일 그렇게 떠올린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