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장대환(張大煥) 총리 임명동의안의 부결은 가뜩이나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결 정국에 또 한번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병풍(兵風) 등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사활을 건 공방에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감정 싸움까지 중첩되면서 정국은 총체적 대립과 혼돈 상황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이 자유투표도 아닌 당론으로 반대를 결정, 동의안을 부결시킨 점은 정국 분위기를 한층 경색시키는 요인이다.청와대가 총리 공백 상태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아직은 명확치 않으나, 이로 인한 국정 혼란을 부각하며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책임론을 들고 나올 경우 양측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은 동의안 반대 의견이 다수였던 자체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대통령 일가의 각종 권력형 비리에 대한 추가 의혹제기와 특검제 관철 등을 다시 들먹이며 청와대를 압박할 태세다. "청와대와의 전선 형성은 대선 전략상 전혀 불리할 게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으로, 동의안 반대결정의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간 격돌의 결말은 향후 민심의 추이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의안 표결 전까지는 전반적으로 장 서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특히 동의안 부결이 장상(張裳) 전서리에 이어 두 번째라는 점을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관심거리다. 결국 여론이 청와대의 총리 인선 잘못과 한나라당 책임론 중 어느 쪽을 더 비판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정국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민주당은 동의안 부결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 공세를 배가하는 계기로 삼을 게 분명하다. "일부 도덕적 문제로 장 서리가 총리 인준을 받지 못했다면 병역 의혹을 안고 있는 이 후보는 더더욱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논리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이번 청문회와 동의안 표결에서 장 서리를 일사불란하게 두둔함으로써 그 동안 민주당의 '탈(脫)DJ' 제스처는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DJ와 민주당에 대한 '묶어 때리기'를 공언하고 있다. 내달 2일 개회되는 정기국회가 시종 난타전과 파란으로 점철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동의안 표결을 통한 결속력과 힘의 과시로 다소 여유를 찾았지만, 민주당의 파상적 병풍 공세의 맥을 끊는 차원에서 29∼31일 사이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도 당력을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동의안 부결로 독이 오른 민주당의 필사적 저항을 불러 한바탕 물리적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별개로 집권세력 내부에 동의안 부결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일각에는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인사를 내세운 청와대 보좌진도 동의안 부결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청와대 특정 인사에 대한 문책과 보좌진 개편 요구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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