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6월 실종된 지 3일 만에 부산 송도 앞바다에서 몸에 콘크리트 덩이를 매단 익사체로 발견, 자살로 발표됐던 서울대생 김성수(金成洙·사진·당시 18세)씨가 타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27일 "김씨의 부검서를 재감정한 결과, 김씨가 물에 빠지기 전 이미 머리부분에 심한 손상을 받아 20㎤에 이르는 뇌출혈이 있었다"며 "이는 누군가에 의해 머리부분에 공격을 받은 후 가사(假死)상태에서 물에 던져 졌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또 당시 경찰조사에서 제외됐던 최초 시신 발견자를 찾아내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장에서 발견된 김씨의 면점퍼에 누군가가 구타한 듯한 손자국과 함께 심하게 잡아 끈 흔적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특히 당시 경찰이 실제 점퍼를 찾아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조사해 점퍼에 대한 진술을 고의로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시 경찰에서 점퍼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는 참고인은 의문사위 조사에서 "경찰 진술서에 나온 내용을 말한 기억이 없으며 글씨체도 본인의 것이 아니고 낙인도 누락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사위는 그러나 김씨 주변에 안기부 등이 접근한 흔적이 있기는 하지만 타살에 개입된 피의자나 기관 등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구국학생연맹 사건으로 서울대생들에 대한 구속·연행이 한창 진행 중이던 86년 수배자들이 다수 포함된 서울대 연극회 회원으로 활동하다 실종됐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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