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탈북자 7명의 중국 외교부 진입시도 사건에 대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중국 국내법에 저촉될 여지가 큰 데다 난민지위 신청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제3자인 우리가 개입할 폭이 아주 좁다"면서 "중국 당국의 접근 태도를 살피면서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탈북자들이 체포 직전 '자유대한으로 보내주세요'라는 플래카드를 펼쳐 든 것으로 미뤄 남한행을 원하는 게 확실해 보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신경이 곤두선 중국측을 자극하면서까지 북한 국적인 이들의 송환을 요청할 게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중국측의 공식 설명이 없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이들에 대한 접촉 요청도 자제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중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자국의 탈북자 정책과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 강경 대응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껏 탈북자를 정치적 난민이 아니라, 불법 월경자로 간주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탈북자들은 '난민이 없다'는 중국에 난민신청서를 들이밀었고, 더욱이 중국 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단체를 결성했거나 외부 탈북자 지원단체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일단 일본측 지원단체인 '구하라! 북한의 민중/긴급행동 네트워크(RENK)'가 또다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남한 단체의 개입이 드러날 경우 그 동안 우리 정부에 중국 내 비정부기구(N'O) 불법활동 억제를 요구해왔던 중국측의 문제제기로 외교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다.
중국이 우리측에 개입 불가를 통보할 경우 6·13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 충돌사건을 계기로 어느 정도 양해를 받은 탈북자 처리 기준마저 흔들리고, 나아가 탈북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식 외교채널마저 차단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 경우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대사관 영사부가 보호 중인 다른 탈북자들의 서울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단계에서 섣불리 나섰다간 공든 탑마저 무너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렇다고 마냥 중국의 처분을 기다리기엔 여론의 부담이 크다. 국내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또다시 대중국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외교부는 탈북자로 확인될 경우를 전제로 북한 강제 송환에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탈북자 7명이 한국행을 희망하는 게 분명해지면 인도적 처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