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에서 양배추 농사를 짓는 장모님께 김치 만드는 법을 가르쳐 드리고 싶습니다."전기와 수도, 포장도로도 없는 카메룬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과 미국인이지만 미국의 교만함과 제국주의적 행동양태를 비판하는 백인. 23살의 나이차와 흑백이라는 피부색을 극복하고 부부로 맺어진 이들은 '카메룬'과 '김치' 만큼이나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올 3월부터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와 경영학과에 각각 정교수로 부임한 마크 들란시(Mark DeLancey·62)와 레베카 엠부(Rebecca Mbuh·39) 부부가 그들이다.
미국에서도 저명한 카메룬 전문가로 통하는 들란시는 1984년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로 활동하며 엘런 대학 2학년에 다니던 엠부를 처음 만나 2000년 결혼했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숙명여대의 교수직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이들은 지난 6개월간의 한국 생활에 대해 "원더풀"을 연발했다. "한국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앞선 나라"라는 평가와 함께 "개인주의가 팽배한 미국인에 비해 '진실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 월드컵 때 미국과 카메룬이 떨어지자 한국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했다는 이들은 "월드컵 기간 다민족 국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국민의 통합감, 일치감, 조화로움이 한 없이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김치와 전통문화, 한국학생에 매료돼 2∼3년으로 예정했던 체류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떠나더라도 '양배추를 오래 저장하는 방법으로 카메룬에 김치 만드는 법을 전파하겠다'는 꿈을 꼭 이룰 생각이라는 이들은 세계 어느 곳의 문화라도 이해하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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