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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사청문회, 뭘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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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인사청문회, 뭘 남겼나

입력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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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오늘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상당한 정치적 부담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장대환 총리서리에 대한 인준을 부결하면 장상 전 서리의 인준을 부결시킨 지 한 달도 안돼 다시 거부하는 것이어서 국정공백의 부담을 지게 된다. 반대로 장상 전 서리에 비해 의혹이 더 심한 현 서리를 인준하면 전 서리가 남성의 텃세에 희생된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많은 여성을 분노케 할 것이다.그러나 국회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인사청문회제도의 도입은 우리의 공직임명 시스템에 상당히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 대통령 한 사람의 총애만 받아서는 안 된다. 국회의 동의, 나아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일반 국민의 동의까지도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비전에 대한 검증보다는 각종 의혹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청문회의 운영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역설적이지만 인사청문회의 성공적인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청와대이다. 청와대의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인사청문회장은 멋진 공직자를 임명하고자 하니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시라고 인사를 하는 장이 된다. 반대로 공직을 맡기에는 흠결이 너무 많은 후보를 지명한 경우에는 청문회장이 오물냄새가 진동하는 의혹의 경연장이 될 수밖에 없다. 200년 이상 인사(인준)청문회를 운영해온 미국의 경우 백악관은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포함해 평균 10개월 가량 철저한 검증절차를 갖는다.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비율이 98%에 이르고, 청문회 역시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가 정책적 견해를 피력하는 장이 된다.

후보자 지명단계에서부터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회의장에 행정부 직원의 출입을 엄금할 정도로 권력분립을 원칙으로 하는 미국에서도 지명 단계에서부터 의회의 협력을 구하는 것이 관행이다. 한 예로 후버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사의 지명에 앞서 상원 법사위원들에게 후보 명단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그 명단의 끝에 있는 뉴욕주 판사 카르도조를 지명하였다. 대통령은 그를 지명한 것이 미안해 "명단은 맞는데, 내게 거꾸로 주었어요"라는 유머를 던진 일화가 있다. 대통령이 오만에 빠졌을 때 인준의 부결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국회차원에서는 공직 후보자의 사생활 침해는 최소화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도록 청문회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각종 의혹을 후보자의 면전에서 제기하고 그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보아서 사실을 미루어 짐작하는 전근대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의혹은 의혹대로 남으면서 후보자의 인격 역시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는 청문회에 앞서 각종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자질에 미달된다고 판단될 때에는 사전에 자진사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그 사실에 대해서는 비밀을 지키는 관행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사실 파악을 위해 FBI의 조사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감사원, 국세청 직원들을 차출하거나 변호사나 수사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조사하기도 한다. 또 위원회의 의결 없이 의원이나 직원이 자료를 공개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아울러 역대 행정부의 실패가 '깜짝 인사', '편중 인사' 등 인사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할 때 인사청문회를 전폭적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사권을 대통령과 국회, 국민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행정부처의 장·차관은 물론 CIA, FBI, 국세청, 검찰의 장, 장군과 대사, 그리고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의 판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주요 직책에 대해 국민의 검증을 받기 때문에 '인사가 망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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