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3팀 양정안(梁廷安·31) 과장은 회사내 주식운용 펀드매니저 20여명 중 유일한 홍일점이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펀드매니저 업계에 여성이 드문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이든 남성이든 결국은 실력으로 말해야죠."하루하루 피 말리는 수익률 게임을 벌이는, 그것도 주식운용 세계에 몸담은 여성은 업계를 통틀어 다섯명도 되지않는다. 여성들에 대한 펀드매니저 진입장벽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나와 경제학석사학위를 얻은 양 과장은 1994년 대투에 입사한 뒤, 96년 채권운용팀에서 매니저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역동적인 주식시장에 매력을 느낀 그는 지난해 말 주식운용 펀드매니저를 자원했고, 결국 소원을 이뤘다. "채권담당 매니저를 하던 중 1년여 동안 주식운용팀에 파견나갈 기회가 있었죠. 그 때 증시에 대해 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힘든 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건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에피소드는 적지 않다. "기업탐방을 가면 '어, 여자네…'라고 놀라는 때가 여전히 많습니다. 펀드매니저를 찾는 고객들의 전화를 제가 받으면 뭔가 탐탁치않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적지않았습니다."
양 과장은 "이른바 '사우나 문화'로 대변되는 남성 중심의 풍토가 업계에 남아있지만 여성 펀드매니저를 백안시하는 경향은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희소성 때문에 인지도가 높아지고 질문 사항에 대한 답변이 더 자세하게 돌아올 때도 있다.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도 기업가치 분석 등에서 비교우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주로 공모주 관련 펀드와 주식에 80% 이상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 위주로 그가 직간접적으로 관리하는 펀드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다. 양 과장은 "무엇보다 매일 결과로 나타나는 펀드 운용실적 때문에 심적 부담이 상당하나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분야이기에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애널리스트 분야에서 여성이 보편화 되고 있는 것처럼 펀드매니저 업계에도 실력있는 여성 후배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여성은 베팅에 약하다'는 선입견을 깰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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