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생무명지초(地不生無名之草)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이라는 말이 있다. 땅은 이름없는 풀을 만들지 않으며 하늘은 먹을 것 없는 사람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어떻게든 먹고 살아간다. 수(壽), 부귀(富貴)와 함께 다남(多男)을 복으로 여기던 시대의 말이지만, 지금도 먹을 것만 있으면 자손이 많은 것이 당연히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바로 그 먹을 것이 부족해서 1960년대 이래 강력히 가족계획사업을 추진해 왔다. 세계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가족계획 덕분에 출산율은 1960년의 6명에서 1970년대에 4명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1.3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 됐다. 여성의 사회활동에 따른 노산(老産)의 증가로 정상체중 미만인 아기가 많을 만큼 신생아의 질도 낮아졌다. 출산율이 2.1에서 1.4 정도로 떨어진 기간이 일본은 30년, 네덜란드는 29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16년이다. 출산율 저하에서도 특유의 '압축성장'을 한 셈이다.
■ 인구밀도가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어 세계 3위인 나라로서 삶의 질을 따져 볼 때 출산율 저하는 반가운 일이라는 견해가 있다. 앞으로 자동화시설과 첨단 통신시설이 완비되고 노동집약산업은 지식기반산업으로 이행할 것이므로 노동인구의 평균연령 상승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출산율 저하는 노동력 부족과 노동연령의 평균연령 상승으로 인한 국제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고령인구가 경제활동인구보다 더 많은 역피라미드형이 될 경우 부양비의 증대로 인한 국가재정문제도 심각해진다.
■ 프랑스는 이미 1939년부터 출산율 제고정책을 추진한 결과 1.9명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일본도 엔젤 플랜(Angel Plan)을 세워 양육비를 지원하고 보육시설 확충 등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아직도 인구정책의 지향점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과 사회적 여건이 나빠 출산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가정이 많다는 점이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지만, 어머니의 건강과 피임여부, 영아사망률과 아기의 영양상태 등을 종합한 어머니지수에서는 쿠바 아르헨티나보다도 못한 세계 22위 수준이다. 출산율 문제는 결국 사회복지의 문제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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