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흑기러기의 죽음이 자연보호운동가와 과학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영국 환경단체인 야생조류·습지트러스트(WWT)는 최근 웹사이트(www.wwt.org.uk/brent)를 통해 흑기러기 케리가 북아일랜드를 떠나 여행하다가 캐나다 배서스트섬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고 발표했다.
케리는 연구 대상이었다. 미국지리학협회 등의 후원을 받는 과학자들은 케리 등 모두 6마리의 흑기러기에게 전자발신기를 달아주고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그런 케리가 캐나다 콘월리스섬에 있는 이뉴이트(에스키모) 사냥꾼 집 냉장고에서 발견된 것이다.
케리는 8월 들어 콘월리스섬에서 발신음의 위치가 고정됐다.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한 과학자들은 캐나다 산림청에 협조를 요청했고 산림청 직원들은 추적 끝에 사냥꾼의 집에서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WWT의 제임스 로빈슨 박사는 "사냥꾼은 7월 22일 배서스트섬에서 케리를 잡았다고 말했다"며 "사냥꾼은 새 등에 달린 장치(발신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발신음의 이동 경로를 보면 케리는 북아일랜드를 출발해 북대서양을 횡단,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거쳐 배서스트섬에 도착했다. 총 7,245㎞에 걸친 여정이었다. 그동안 온갖 악천후를 이겨내고 3,000m 높이의 빙산을 넘고 포식자들을 피해야만 했다.
흑기러기는 매년 4월 북아일랜드를 떠나 북극권 캐나다에서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키운 뒤 8∼9월에 다시 북아일랜드로 돌아온다. 발신기를 단 흑기러기 6마리 가운데 현재 3마리만이 계속 발신음을 보내오고 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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