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7일 이정연(李正淵)씨 병역비리 수사와 관련 서울지검에서 '예비 국감'을 벌였다. 법사위 소속 김용균(金容鈞), 이주영(李柱榮), 원희룡(元喜龍),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이날 오전 병풍공방을 촉발한 김대업(金大業)씨의 불법출정과 공무원 사칭 혐의를 진상조사하겠다며 김진환(金振煥) 서울지검장을 상대로 문서검증을 요구했다. 서울지검은 검사장실 일부를 터 의원휴게실을 만드는 한편, 소회의실을 검증장소로 제공하는 등 사실상 국감에 가까운 준비를 했다.의원들은 그간 김대업씨와 검찰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듯 검증절차 시작부터 고성을 섞어가며 거세게 검찰을 몰아붙였다. 위원장을 맡은 김 의원은 "김대업씨와 김길부 전 병무청장의 수사 및 재판기록과 김 전 청장의 조사장면이 담긴 폐쇄회로 TV 기록을 공개하고 조사장소인 1112호와 1113호를 보여달라"고 포문을 열었고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순서를 바꿔가며 3시간여에 걸쳐 공세를 펼쳤다. 의원들은 김대업씨와 민주당 의원, 박영관 특수1부장간의 통화내역을 조회하고 성격불명의 돈 수억원이 입금된 김씨 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김씨가 1996년 병역면제 대가로 8,000만원을 받은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며 기소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추가요구를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한나라당의 기자회견 때 마다 10분도 안돼 김씨가 등장, 방해를 했다며 "지검장은 김씨에게 청사 숙직실을 제공하느냐"고 질문,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의원들은 또 김 지검장이 관련기록과 사무실 공개요구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데다 사생활 침해도 우려되고, 특히 현행법상 상임위 차원의 검증절차에서 대상기관의 공개의무가 없다"며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자 "김정길(金正吉) 장관이 주도한 정권 차원의 진상조사 방해행위"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의원들은 결국 두 차례에 걸친 정회 끝에 오후 2시30분께 1112호 검사실을 비공개 방문하고 수사관련자료를 추후 제출 받는 선에서 검증절차를 마쳤다.
한바탕의 소동이 지나가자 검사들은 "아무리 다수당이지만 해도 너무한다" "한나라당 수사는 하지 말라는 공개적인 무력시위"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지검장은 소회의실을 나서면서 "잘 하겠다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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