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병원에서 보낸 28년 10개월은 제 인생의 '알짜'입니다. 그 동안 뛰어난 젊은이들을 가르친 것이 오히려 저 자신에게 영광이었습니다."31일로 정년퇴임을 맞는 조두영(趙斗英·65) 서울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국내에 정신분석을 도입하고 한국정신분석학회 초대회장(1983∼85)을 역임한, '프로이트 학파의 대부'로 불린다.
조 교수는 27일 "정신분석가는 환자의 비밀은 결코 발설할 수 없는 수도사이면서 타인의 사생활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며 "방황하던 대학생이 치료 후 학술적으로 큰 업적을 발휘한 것을 보았을 때 크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조 교수가 정신분석적 치료를 한 환자는 300∼400명. 숫자는 얼마 안 되지만 최소 20번, 많게는 수백번씩 심층 상담을 가진 환자들이다.
조 교수의 또 다른 업적은 정신분석의 대상을 사회현상과 국내 예술작품으로까지 넓힌 것. 1985년 그가 저술한 '임상행동과학'은 정신분석적 토대로 여러 과에서 치료 받는 환자의 심리와 살인, 강간, 학생시위 등 사회현상과 예술작품을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선 정신분석의 틀을 사회학적으로 확장한 선구적 저술로 대한의사협회가 주는 동아의료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1999년에도 '프로이드와 한국 문학'을 저술, 이상(李箱) 손창섭(孫昌涉) 김동인(金東仁) 등 근대 작가의 문학작품, '심청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전래동화와 '서편제' 같은 영화에 이르기까지 예술작품을 본격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퇴임 후 서울 강남구 반포동에 의원을 개업, 정신분석적 치료를 계속할 계획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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