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장대환 총리서리에 대한 이틀째 인사청문회는 '솜방망이 질의'로 일관했던 첫날과 달리 처음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봐주기로 일관했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여러 의혹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며 장 서리를 세차게 몰아붙였다.장 서리는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도 실정법 위반 논란에 대해선 여러 차례 해명 기회를 요구해 관철하는 등 전날보다 강한 톤으로 반박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장 서리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 "지나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원형(李源炯)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시작부터 "장 후보자가 책임회피성·눈치보기 답변 등으로 일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면서 "그런 태도로 어떻게 청문회 통과를 기대하느냐"고 분위기를 잡았다.
이후 "강남 오피스텔 두 채를 산 값보다 싸게 팔았는데 세금 탈루 목적이 아니라면 바보란 말이냐" "대출금 내역이 기재된 이사회 의사록에 1,000원짜리 막도장을 찍어 하루 만에 급조한 것 아니냐"는 추궁이 잇따랐다.
그러나 "증권가 정보지에 매경이 정부와의 뒷거래로 세금탈루 납부액을 30억으로 낮췄다는 얘기가 실렸는데 사실이냐" "소문난 카사노바라는 제보가 있다" "헌혈한 경험이 있느냐"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과 시간 때우기식 질문도 적지 않았다.
장 서리도 지지 않고 각종 실정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자신의 해명을 "속기록에 적어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일부 의원 질의를 가로막으며 "추리소설"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그는 또 "지금 나는 태풍 한가운데 서 있는 굉장히 나약한 존재"라며 동정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도 장 서리의 국정수행능력 검증을 명분 삼아 맥 빠진 질의로 일관했다. 장 서리는 최종 발언에서 "신명을 바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본회의에서의 동의안 처리를 간곡히 호소하는 읍소 작전을 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청문회 도중 병풍 공방전을 펼쳐 눈총을 받았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병적기록표에 나이와 이름이 잘못 기재돼 있다"는 장 서리의 발언을 근거로, 이회창(李會昌) 후보 아들들의 병적기록표 오기가 일반적인 것임을 부각시키려 했다. 같은 당 안경률(安炅律) 의원도 "2명의 정치검사가 병역수사를 유도했다"며 느닷없이 '병풍 공작설'을 전개했다.
이에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은 "병적원부인 병적기록표는 오류가 있을 수 없으며 장 서리 병적기록 오류는 병적기록표가 아니라 병적증명서에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주장을 일축했다.
이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제가 아니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당신들이 먼저 시작했지 않느냐"고 맞고함쳐 잠시 소란이 일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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