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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복제돼지, 量보다는 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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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복제돼지, 量보다는 質

입력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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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이다. 7월 14일 경상대 농과대 김진회 교수팀 국내 최초 체세포 복제돼지 2마리 탄생 성공, 8월 5일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 국내 최초 형질전환 복제돼지 생산, 19일 김교수팀 또다시 체세포 복제돼지 6마리 출산 성공, 21일 세계 최초로 복제양 돌리 출산으로 유명한 영국 생명공학회사 PPL 세러퓨틱스의 복제돼지 4마리 탄생 성공….여름 내내 잇따르고 있는 국내외 과학자들의 복제돼지 출산 성공 뉴스는 생명과학계에도 총성만 들리지 않을 뿐 뜨거운 돼지복제 전쟁이 진행 중임을 느끼게 한다. 올림픽에서 아무리 많은 은메달을 획득해도 금메달 하나의 가치를 가지지 못하듯, 과학자들에게도 '국내 최초' '세계 최초'의 기록은 너무나 중요하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누릴 수 있는 평가와 효과가 두번째, 세번째 기록과는 비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생존의 법칙은 실험실의 과학자들에게까지 복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앞다투어 자신의 성과물을 알려야 한다는 강박감을 심어주고, 또 압박하는 것 같다. 평소 실험 후 1달 정도는 진득하게 기다린 후, 일러도 1∼2주는 지난 후에 자신의 성과물을 발표하던 과학자들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유전자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과학자들은 자신의 성과물, 즉 갓 태어난 아기복제돼지의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복제돼지의 탄생은 물론 우리에게도 기쁜 뉴스이다. 인간의 장기와 가장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돼지는 장기기증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에게 인간의 장기를 대체하는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뾰죽한 주둥이의 복제돼지 탄생 사실만으로는 질병 치료를 향한 우리의 장밋빛 미래가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김교수의 복제돼지 2마리가 태어난지 보름 만에, 황교수의 복제돼지가 하루 만에 각각 죽은 사실만으로도 돼지복제의 기술은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마 과학자로서 김교수의 목표는 단순한 복제돼지 생산은 아니었을 것이다. 복제돼지 생산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진짜 목표는 조혈촉진제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을 생산할 수 있는 '형질전환' 복제돼지의 탄생이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김 교수는 두차례에 걸쳐 얻은 복제돼지 8마리에서 EPO를 추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최종목표를 향해 겨우 일보를 디뎠을 뿐, 앞으로 그들 앞에는 넘어서야 할 단계가 더 많이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로운 연구환경이다.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겠지만, 과학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에 휘둘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단순히 복제돼지가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더 이상 과학자들이 뉴스의 인물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한단계 기술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확신이 든 후, 충분한 검증절차를 거친 후, 진짜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복제돼지를 안고 실험실 밖으로 나왔으면 한다. 깨끗하고 질서있는 과학계를 위해….

/송영주 생활과학부 부장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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