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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글과 책]대산대학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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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글과 책]대산대학문학상

입력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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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읽다가 '대산대학문학상 공모'라는 안내문을 만났다. 대산대학문학상은 대산문화재단이 창립 10돌을 맞아 제정해 창작과비평사와 함께 주관하는 문학상이라고 한다. 창립 이래 대산문학상, 창작기금 지원, 문학작품번역 지원, 학술문화행사 개최 등을 통해 메세나 활동을 모범적으로 펼쳐온 대산문화재단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문학상을 새로 만든 것이다. 시(시조)·소설·희곡(시나리오)·평론 네 장르에 걸쳐 작품을 모집하는 이 문학상의 상금은 당선작 1편에 500만원, 가작 1편에 200만원이다. 이에 더해 당선자에게는 2주간 유럽 또는 미주 문학기행의 기회가, 그리고 가작 필자에게는 열흘간 아시아 문학기행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당선자들이 20대 젊은이이기 쉬울 터이므로, 부상(副賞)의 규모는 적당해 보인다.그런데 이 상이 왜 하필 특정한 신분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했을까 하는 물음이 떠오른다. '대학문학상'이라는 이름답게, 이 상의 공모 안내문은 응모 자격을 '국내외 대학(전문대 포함) 재학생 및 휴학생'이라고 못박고 있다. 그리고 제출 서류에는 응모작 이외에 재학증명서나 휴학증명서 또는 학생증 사본이 포함돼 있다.

어떤 대학 당국이나 그 대학 학생회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학 작품을 공모해 상을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상의 운영 주체가 공동체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문학 일반의 발전과 세계화를 모토로 내걸고 출범한 문화재단이 대학생이라는 특정 신분의 젊은이들만을 대상으로 상을 운영하는 것은 덜 자연스러워 보인다. 차라리 같은 재단의 청소년문학상처럼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학상을 운영하는 것은 그 나름의 뜻이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대체로 중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데다가, 마음이 아직 덜 여물었다고 생각되는 10대의 문학 작품을 재는 잣대는 성인들의 문학작품을 재는 잣대보다 더 느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은 다르다. 대학생들은 성인이다. 20대의 문학작품을 평가하면서 30대 이상의 문학작품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보다 더 부자연스러운 것은 대학생이라는 신분에 주어지는 일종의 문학적 특혜다. 대학 교육이 크게 대중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고등학교 졸업자의 상당수는 대학엘 가지 못한다. 그 점에서 대학생들은 같은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더 받은 집단이다. 특정한 세대를 대상으로 한 문학상이 그 세대에서 제도교육의 혜택을 덜 받은 사람들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런 부자연스러움은 상을 제정한 대산문화재단보다 이 상을 공동 주관하기로 한 창작과비평사와 관련해 더 두드러져 보인다. 대산문화재단이야 이념적으로 무색무취한 선의의 예술지원단체다. 그러나 창작과비평사는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의 진보 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다. 창작과비평사가 주관하는 '대학생 문학상'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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