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도올이었다. 방송 녹화중에는 방청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녹화후 기자회견에서는 새로운 기사거리를 던져주었다.29일 첫 방영되는 EBS 기획 특강 '도올, 인도를 만나다'(목 금요일 밤 10시)로 방송활동을 재개하는 도올 김용옥(54)씨가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리랑TV 스튜디오에서 첫 녹화를 가졌다. 방청석에는 1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녹화 시작 시간인 오후 2시쯤에는 대학생, 직장인은 물론 중년의 주부, 70대의 노인까지 200여명이 들어차 보조의자까지 놓아야 했다.
분장 때문에 15분쯤 늦게 녹화장으로 들어선 도올은 "책을 내느라 눈에 무리가 와서 몸이 좋지 않다"며 "여러분들이 잘 웃고 박수를 확실하게 쳐달라"며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그는 "총 28강 가운데 20강까지 수강하는 사람들에게는 친필로 쓴 졸업장을 수여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는 '방송 전문가'답게 카메라와 칠판, 탁자등 무대 장식의 배치에도 일일이 간섭하기도 했다.
이날 강의 주제는 '인도 문명의 세 기둥'으로 도올은 업보 윤회 해탈 등 원시불교의 기본 개념을 설명한 뒤 서구 기독교와 중국, 인도의 세계관의 차이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풀어갔다. 사이 사이 "나는 강의를 너무 쉽게 해서 사람들에게 오히려 욕을 먹는다" "(달라이 마라"를 만나는 순간, 찌리릭∼했다" "30대 여자가 찾아와서 상담을 하는데 10년동안 사귄 남자와 절에서 스님에게 궁합을 봤는데 스님이 같이 살면 죽는다고 했다더라. 그게 무슨 스님이여. 개새끼지"같은 도올 특유의 화법에 방청석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는 "불교는 사주나 궁합처럼 세계를 결정론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로 불교의 세계관을 풀어나갔다. 이날 첫 강의는 한민족의 문화적 우수성과 사회적으로 지켜야할 도덕적 가치관에 대한 생각을 담은 그의 연설로 마무리했다.
이날 방청객으로 온 40대 주부 윤 당씨는 "예리한 비판과 핵심을 찌르는 듯한 어투가 옛날 그대로"라며 앞으로 특강을 크게 기대했다.
도올은 녹화에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직접 쓴 시나리오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내용인지는 상업 비밀이니 밝힐 수 없고. '취화선' 시나리오 작업한 후 임권택 감독에게도 '이제는 나도 감독도 합니다'고 하니까 '환영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도올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지만 영상시대는 대세"라는 판단에서 이처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도올은 '취화선' 이전에도 '장군의 아들' '개벽' 의 시나리오를 썼다. 대학 작곡과에 편입해, 음악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하지만 "학자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사상사를 정리하는 저술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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