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시절 운동권 학생에 대한 강제징집 및 프락치공작사업(녹화사업)과 관련, 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조사를 받은 핵심인물이 위원회에 녹화사업 중요자료를 넘겨 주기 직전인 20일 이를 완전 소각한 것으로 밝혀졌다.특히 이 관련자는 문서 소각 장면(사진)을 촬영해 의문사위에 보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의문사위 관계자는 26일 "1982년 당시 보안사령부 심사과 과장이었던 서의남(徐義男) 씨를 19일 소환, 개인적으로 보관 중이던 중요 관련 자료를 확인했으나 서씨가 이를 바로 소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씨는 21일 재소환 때 소각장면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고 위원회가 서씨 집에 대해 재차 방문조사에 나서자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가 소각한 문서는 강제징집자의 조사 및 프락치 공작내용과 당시 개별 책임자를 명시한 4개월에 걸친 보안사의 업무 일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녹화사업 관련 의문사 의혹이 일고 있는 한영현씨 조사내용을 비롯, 녹화사업을 범정부차원에서 실시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내무·국방·문교부 장관의 합의각서' 사본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씨는 의문사위 조사에서 "녹화사업 직접 대상자는 1,000여명, 관련자까지 합치면 5,000여명에 이르렀고, 보안사 근무 시절 17개 캐비닛에 관련 자료를 담아 타부처에 이관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특히 "83년 이후 보안사, 안기부, 치안본부 등은 녹화사업 자료를 토대로 종교, 노동, 학원가에 대해 '평화공작'이라는 대규모 좌경운동 색출작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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