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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적"에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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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적"에 뚫렸다

입력
2002.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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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억원대 대우증권 법인계좌 도용사건은 증시의 작전세력이 매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증권사 직원과 조직적으로 공모해 저지른 사건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우증권은 본인 확인절차 없이 온라인거래 승인을 내줘 범행의 빌미를 제공한데다 매도대금 출금에 따른 손실, 내부관계자 결탁 가능성 등으로 향후 영업에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대우증권 직원 내부공모 가능성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6일 온라인계좌 개설 과정에서 대우증권 영업부 안모(33) 대리가 작전세력과 공모한 단서를 포착, 소재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사고 당일인 23일 오전 9시20∼9시54분 사기매수 주문이 이뤄진 신촌 PC방 인근에서 신원미상인 2명과 집중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500만주 매수주문이 체결된 직후인 낮 12시30분께 가족들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안씨가 주식영업팀 소속으로, 법인계좌의 비밀번호 등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공모자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안씨가 델타정보통신 주가가 이상 급등한 7월초부터 63회에 걸쳐 주식을 거래해온 사실을 확인했다"며 "23일 500만주 사기매수 주문도 안씨가 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주주의 주식 이동상황도 조사 중이다. 최대주주인 임모씨가 22일 증권예탁원에서 주식 현물을 인출한 뒤 명동의 사채업자에게 물량을 넘겼고, 이 사채업자가 23일 주식 현물을 대량 매도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델타정보통신 주식을 2만주 이상 대량 매도한 투자자 63명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임씨 등은 명목상의 최대 주주일뿐 10여명의 실제 전주가 뒤에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들을 집중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압수수색영장 발부계좌만 출금 유예

증권사들은 26일 사별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계좌도용 혐의가 짙어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계좌에 한해 수사가 끝날 때까지 출금을 유예하되, 나머지 계좌에 대해선 신원 확인 후 매도대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물증이 확인되지 않은 계좌의 출금을 막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만일 출금을 막았던 계좌에서 아무런 혐의가 밝혀지지 않아 법적 분쟁이 일어날 경우 증권사에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출금을 제한할 관련 법규는 없지만, 명백한 사기매매인 이상 현재로선 출금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며 "내부 규정상 사고계좌로 등록하면 출금을 정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사고계좌로 등록하려면 유가증권 도난이나 증권카드 분실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우증권 손실 불법성 여부에 달려

대우증권은 일단 사기매수로 체결된 258억원을 매도 증권사로 보내 결제를 이행함으로써 델타정보통신 지분 68%(500만주)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됐다.

결제일인 27일 출금이 유예되는 매도대금은 2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이 5만주 이상 거래됐거나 1만주 이상씩 2회 이상 거래된 13개 증권사 계좌 400만주에 대해 출금제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 매도대금이 사기거래에 따른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전액 회수가 가능하다.

인출이 허용되는 50억원은 대우증권이 보유할 수밖에 없지만, 주가하락에 따른 손해에 대해서도 범인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범죄자들의 재산이 없을 경우엔 주식평가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범인이 확인되지 않거나 설사 작전세력이 확인되더라도 주식을 사들여 매도한 사람들의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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