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비리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방송가 표정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오락 프로그램 개선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가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물의 연예인이 계속 출연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수사 장기화로 제작에 차질을 빚는 것은 기본이다.먼저 방송사 PD 사이에서는 비리 사건을 계기로 오락프로그램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KBS 예능국 PD 30여 명은 최근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PD는 "지금까지 KBS 내부에서조차 프로그램의 오락성과 공영성의 황금분할에 대한 논의는 전무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락 프로그램의 장기적 개선방안을 사내외 인사와 함께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MBC TV2국 PD들도 조만간 프로그램과 섭외환경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PD들 사이에서 '알짜'로 통했던 예능국이 기피 대상 직종으로 변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 KBS 한 고위간부는 "10월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예능국 PD 90여 명 중 30명 이상이 교양국 쪽으로 이직을 원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는 평소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밖에 영문 이니셜로 성 상납 여성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드라마 캐스팅도 난항을 겪고 있다. 10월 방송 예정인 SBS 한 드라마의 연출가는 기자들에게 "캐스팅 예정인 모 연기자들이 요즘 신문에서 거론되는 K와 P가 맞냐"고 일일이 확인한 뒤 해당 연예인에게 전화를 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정 움직임과 제작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물의 연예인은 계속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검찰 수사를 거부하는 등 눈총을 받고 있다. 벤처기업 홍보 대가로 주식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돼 SBS '도전 1,000곡' 진행을 계속하는 MC 김승현씨가 대표적 사례.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무리 불구속 수사 중이라 해도 비리 혐의를 받는 연예인에 대해서는 방송사 자체적으로 출연여부 등에 대한 통제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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