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일 적십자회담에 이어 열린 25∼26일의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를 위한 국장급 협의 등 일련의 북일 회담이 구체적인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대화채널을 계속 유지키로 합의하는 선에서 끝났다. 국장급 협의 공동발표문을 보면 7월31일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무성 장관과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이 브루나이에서 대화재개에 합의했을 때의 공동발표문에서 진전된 내용이 없다. 물론 '한달 내'에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시한을 느슨하게나마 명시한 것은 적극적 대화진행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 당국자 협의 이후 곧바로 국교정상화 예비회담이나 본회담 일정이 잡히던 과거 회담 패턴에 비하면 신중한 발걸음이다.
일본측은 이번 협의에서 일본인 납치의혹, 핵 및 미사일 개발,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 요도호 납치범 4명 신병인도, 일본인 납치에 관여한 혐의로 국제수배한 북송 미전향 장기수 신광수(辛光洙)씨 신병인도 등 모든 현안을 백화점식으로 제기했다. 특히 납치의혹을 적십자회담과 국장급협의에서 되풀이 제기하며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다"고 조기해결을 요구했다. 납치의혹 해소가 관계정상화의 전제조건임을 재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측은 '행방불명자 소식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고 그나마 나머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 개선, 식민지 시대 약탈 문화재 반환 등 과거 국교정상화 교섭에서 내세웠던 기본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북한측은 일본의 적십자 대표단을 행방불명자 조사를 담당하는 인민보안성과 평양시 인민위원회 담당자들과 면담하도록 처음 주선하는 등 대화분위기 조성에는 노력을 기울였다. 국장급 협의 대표단을 권력서열 4위인 홍성남(洪成南)수상과 외교실력자인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이 면담한 것도 대화의지를 강조하는 '성의표시'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회담은 일본측이 모든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측 진의를 타진하고, 북한은 구체적 답변을 주지않은 채 대화의지를 과시하는 탐색전으로 시종한 인상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남북, 북일, 북러관계에서 우호 분위기를 조성한 뒤 핵사찰 문제 등 북미 대화에 외교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본측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한, 미·중·러·일이 참여하는 동북아 안전보장 6자협의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이는 북일간 현안들이 북한의 정치적 결단이 없이는 타결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국제협의의 틀 속에서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