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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긴 슬럼프 벗고 "다시 출발이다"/영화세상 대표 안 동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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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긴 슬럼프 벗고 "다시 출발이다"/영화세상 대표 안 동 규

입력
2002.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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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의 안동규(44) 대표. 그의 영화가 나오면 영화인들은 한결같이 "이번에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남 돈 버는 것에 유난히 배 아파하는 충무로 인심이지만, 결코 빈 소리가 아니다. 그와 비슷한 나이로 20여년 전 밑바닥 영화인생부터 시작한 신철(신씨네)이 '엽기적인 그녀'로, 이순열(현진영화사)이 '조폭마누라'로, 이준익(씨네월드)이 '달마야 놀자'로 지긋지긋한 궁색을 한방에 날려버릴 때도 사람들은 마지막 갈증을 더욱 느끼듯 "이제 안동규 하나 남았다"고 안타까워 했다.그도 그럴 것이 암울한 70년대 말에 대학(경희대)을 다녔고, 자유의 공간을 찾아 프랑스문화원을 들락거렸던 이 '시네마 키드' 에게는 변하지 않는 낭만과 순수, 영화에 대한 열정, 우직함과 휴머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1994년 아버지 집까지 저당 잡히게 만들었으나 흥행에(15만명)에 실패한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로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받았을 때 눈물을 흘리며 "그래도 자기 하고 싶은 것 하고 산다는 것에 행복해 한다"는 그의 말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가 개봉(9일) 첫 주말 20여만 명을 기록하자 시사회에서 "안 되면 충무로를 떠나겠다'는 비장한 선언을 떠올리며 축하해 주었다. '대박'도 아닌데. 26일까지 관객 55만 명이니 잘 해야 70만 명으로 끝나 겨우 제작비(총30억원)나 건지는 '똔똔' 일텐데. 그건 모르는 소리다. 한번이라도 이런 적이 있었던가. 93년 영화세상 창립작품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5만명)이나 '베이비 세일'(20만명), '박봉곤 가출사건'(45만명)은 그나마 괜찮았다. 96년 '천재선언'은 1만명, 99년 '북경반점'은 3만명. '북경반점'의 실패로 그는 3년을 '영화 없는 제작자'로 지내야 했다. "그 긴 세월동안 버틸 거액(4억원)을 아무런 조건 없이 선뜻 건네준 강우석이 없었다면 안동규의 '영화세상'도 사라졌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그 긴 슬럼프를 벗어나게 해주었기에 남이야 뭐라든 그는 기꺼이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홈런도, 완투승도 아니다. 단지 연패를 면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다. 패전이 쌓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생긴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으니까." 또 하나를 소중한 것을 얻었다. 바로 직감에 대한 믿음이다. 단순히 스토리보드 작가로만 생각한 스물 일곱 살의 어린 친구(모지은)의 재능을 그는 간파하고 감독으로 발탁했다. 무모한 그의 선택은 옳았다. "과거에는 왜 이런 직감이 실패했을까. 작품선택, 개봉시기 등의 수순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같은 바둑이라도 수순에 따라 승패가 뒤바뀌듯."

그 수읽기를 배우는데 20여년이 걸렸다. 망해도 고집스럽게 영화를 준비하고, 그 영화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수없이 엎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작품과 감독을 찾아 다녔다. 말로는 힘들다고 했지만, 한번도 영화를 그만둘까 생각해 본적이 없다. "나의 삶의 표현이자, 노동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세상을 통한 따뜻한 그의 삶의 표현과 우직한 노동은 '언더커버'(감독 곽재용)와 '가을로'(감독 황규덕)로 이어질 것이다. "다시 출발이다. 짧고 빠르고 정확하게 한걸음씩 나아가겠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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