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이라크에 대한 공격 반대 여론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역임한 공화당의 핵심인물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1991년 걸프전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제임스 베이커는 25일 미국이 이라크 정권교체 작업을 독자적으로 감행할 경우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가문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후견인인 베이커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에서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확실히 성공하겠지만 단독으로 일을 추진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단독적인 선제공격을 권유하는 측근들을 뿌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커는 또 "미국 단독 또는 1∼ 2개국의 동의만으로 전쟁을 시작할 경우 모든 분야에서 치러야 할 대가가 훨씬 커질 것이며 국내외의 정치적 위험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커는 특히 대규모 군사작전만이 효과적인 유일한 방법이라는 강경파의 주장을 반박한 뒤 "그같은 방법은 91년 걸프전 때보다 훨씬 많은 사상자를 초래할 것이며 전후 이라크를 장악해 새 정부를 구성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자적인 군사공격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이라크가 예외 없는 사찰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부시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국무장관이었던 로런스 이글버거는 이에 앞서 2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의 명확한 협조와 커다란 피해 없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할 확신이 없을 경우에는 일단 여유를 갖고 공격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지금 당장 이라크를 공격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글버거 전 장관은 "이라크 공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백억 달러의 전비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뿐만 아니라 후세인을 제거한 뒤에도 수년간 이라크에 미군이 주둔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부담이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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