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가 판정시비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월드컵 4강 열기를 고스란히 떠안은 K리그에서 판정시비와 이에 따른 감독의 항의 등 불상사가 속출,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판정시비의 원인과 외국의 사례 등을 통한 해법을 모색한다./편집자주
판정논란은 프로축구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 존재로 여겨진다. 축구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있을 만큼 고질적인 문제다. 프로축구 10개 구단은 판정 논란의 원인으로 심판의 자질부족 학연과 지연 프로축구연맹의 투자부족을 꼽는다.
"심판도 인간인 만큼 실수할 수는 있지만 오심의 빈도가 너무 잦다"는 게 각 구단의 공통된 견해다. 손익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만큼 모든 구단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특정구단의 피해의식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17일 안양과의 원정경기서 역전골이 오심으로 무효처리돼 승리를 놓쳤다는 대전은 "재정능력이 빈약한 탓에 항상 오심의 희생양이 된다"고 항변한다. 투자를 않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면 K리그의 발전이 없다는 인식이 연맹은 물론 심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주장이다. 박문우 대전사무국장은 "오심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심판들이 1∼2년 뒤 다시 K리그에 복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연맹의 행정에 의문을 나타냈다.
심판들의 피해의식도 만만치 않다. 오심 사례가 월드컵과 유럽프로리그와 비슷한 수준임에도 K리그의 심판 매도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경력 8년인 권종철 주심은 "학연, 지연의 오해가 생길까 봐 내가 진행해야 할 경기 말고는 아예 운동장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심판 자격을 갖춘 한 전임심판은 "K리그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국제경기 날짜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라며 심판 홀대에 혀를 내둘렀다.
또 주·부심 통틀어 28명이 K리그 135경기를 담당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 때문에 매주 2경기를 소화하기 일쑤다. 외형상 전임심판제를 택하고 있지만 기본급과 수당을 합한 최고연봉이 2,400만원에 불과해 대부분 부업을 하고 있다.
연맹은 처우개선 및 상벌 강화 등 오심 방지책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건일 연맹사무총장은 "늦어도 3라운드(9.25∼11.17)부터 외국인 심판을 영입,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진적인 심판 재교육시스템 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논란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게 축구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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