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취임 후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청계천 복원사업이 첫 장애물을 만났다.26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정문 앞. 땡볕 아래서 장사하느라 검게 그을린 노점상 20여명이 "서민을 돕겠다던 이 시장은 왜 공약을 지키지 않느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구호는 22일 노점단속에 항의하기 위해 중구청장 실 앞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진 청계3가 노점상 박봉규(60)씨가 이 시장에게 우편으로 보낸 탄원서의 한 구절.
이들은 "박씨를 분신까지 몰고 간 것은 월드컵 이후 점점 강해진 노점단속"이라며 "이 사건은 이명박 시장 임기 내에 청계천을 복원하겠다는 무리한 계획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노점상들이 지난달부터 강화된 서울시내 노점단속이 청계천 복원 사전 정비작업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은 또 청계천 복원계획 수립에 노점상도 참여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노점상을 비롯 청계천 복원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대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시민대책위를 구성할 것을 서울시에 제안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이 제안을 거부하면 생존권 수호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등의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노점상 생계문제는 직접 연관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주시하고 있다는 한 전문가는 "청계천 복원사업을 둘러싸고 앞으로 수많은 갈등이 표출될 것이다. 서울시는 집단적인 이권에 휘둘려서도 안되겠지만 사회적 약자를 무조건 소외시켜서도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