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살까, 주식을 살까."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의 수익으로 보면 부동산의 압승이다. 아파트 값이 평균 30% 이상 오르면서 부동산 투자자는 '호박 굴리기'를 한 반면 주식 투자자는 기껏해야 '좁쌀 줍기'수준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아파트 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아파트 가격 전망을,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증시 전망을 물었다. 양측은 상대편의 시장 전망을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앞으로의 투자는 자신들의 분야에 두라고 권했다.더이상 부동산 대박은 없다 증권회사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허문욱 연구원은 "현재의 아파트 가격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아파트 건축 허가면적과 건설사 수주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선행지표들이 이미 꺾이고 있어 부동산 가격도 4분기부터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근거는 아파트가격이 가계 소득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서울지역 PIR지수가 올 2분기 6.4배로 외환위기 이전 부동산 경기활황 때의 6.3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
허 연구원은 "주식이 꼭지점인데도 계속 갈 것 같이 착각하듯이 부동산도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아파트경기의 핵심인 재건축을 건드린 만큼 모멘텀이 사라질 것이며 앞으로는 가수요 없이 10년 정도 살겠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박용완 연구원은 "1년간 30% 상승이라는 대박은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렇더라도 버블붕괴 가능성은 낮으며 여전히 수급이 부족한 상황이고 저금리도 지속되는 만큼 2∼3%씩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주식 채권 예금상품 등 다른 투자자산과 비교해 부동산의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증권 김진석 연구원도 "언제든 바뀔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건설경기는 정부 의지대로 흘러왔다"며 "수요부족과 교육문제가 잠복해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상승보다는 안정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쳐다보지도 마라 부동산 개발투자사인 유리츠의 강형구 사장은 "90년 주식투자로 깡통을 찬 이후 증시에 관심을 접었다"며 "투자자들은 주식에 대해 좋은 경험이 없는 반면 부동산에는 주식을 능가하는 상품이 많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시중자금도 증시 대신 부동산에 맴돌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몇몇 긍정적 경제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발 악재가 끝났는지 불확실하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묶여있고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수출회복 가능성도 낮은 만큼 당분간 증시는 소강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식이 저평가돼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유가 문제가 잠복해 있고 현재의 환율이 지속되면 연말께 수출한계기업이 많이 나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횡보장세를 예상한다"며 "기업의 수익 증가세가 한계에 와 있고 건전한 투자자금들이 부동산에 깊숙히 개입돼 있어 증시 유동성 전망도 밝지 않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컨설팅 업체 세중코리아 한광호실장은 "국내 증시의 문제는 기업들의 주주 경시 풍조"라며 "배당을 제대로 하지 않고 기업 투명성도 낮아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내수가 경제를 떠받치는 상황에서 상승할 만한 큰 재료가 없는 만큼 연말까지 700∼780박스권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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