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제시한 전기요금 체제개편의 골자는 현행 전기요금 체계의 불합리를 바로 잡고 시장원리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정책적 배려에 의해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을 부과해 온 산업용과 농업용은 원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인상하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물어온 주택용과 일반용 요금은 낮춘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발전 및 배전회사 민영화 등 전력산업 구조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전력산업의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현재의 차등적인 요금체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바뀌나
현행 전기요금은 생산원가의 평균 106.4% 수준이다. 그러나 용도별로는 최고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사무실 상가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용 요금은 원가대비 133.7%나 되는 반면 벼 재배용 양·배수시설에 사용되는 농사용은 원가의 28.7%에 불과하다.
또 일반 주택용이 114.8%인데 비해 산업용은 96.1%로 원가에 못 미친다. 일반용과 주택용 등에서 요금을 더 받아서 산업용과 농업용에 지원하는 금액(교차보조)이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용역안에 따르면 이 같은 차등 요금이 2004년까지 평균인 106.4% 수준에 근접하도록 조정된다. 주택용 요금은 현재보다 8%정도 낮아져 전체 계약자 1,151만 가구가 가구당 월평균 1,620원 가량의 요금을 덜 내게 된다.
현행 7단계로 되어 있는 주택용 요금 누진제도 3단계로 단순화하고, 누진단계별 요금단가의 차이도 현재 최고 18.5배에서 3∼4배로 완화한다. 일반용 요금도 20% 정도 인하돼 수용가당 월평균 4만6,810원의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전체 전력수요의 57%를 차지하는 산업용은 10% 가량 인상돼 월평균 26만원의 인상효과가 발생하고, 현재 생산원가의 28.7∼51.1%에 불과한 농업용은 관개용 양·배수시설로 적용 대상을 제한, 나머지 시설재배나 축산·양어 등 다른 용도는 모두 일반용으로 바뀌어 요금이 큰 폭 인상된다.
원가의 60% 수준인 심야전력 요금도 원가에 근접하는 ㎾h 당 40원(현재 28∼31원) 수준으로 올리고, 대규모 전력소비자의 신규 신청을 제한한다. 또 신규 가입자에 대해서는 기존 가입자와 차등 요금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중장기적으로 한전의 배전(配電)부문 분할이 이뤄지는 2004년 이후에는 현재 용도별로 되어 있는 요금체계를 전압별 체계로 바꾸고, 고압전력을 사용하는 일반용과 산업용, 교육용 요금은 단계적으로 통합된다. 배전 분할 후 송·배전 가격 차이를 반영해 지역별로 요금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논란·반발 예상
정부는 이 같은 전력요금 개편이 전력산업의 개편에 따라 불가피하며, 단계적으로 시행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용의 경우 현재 제품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전기요금 비중이 1.6%로, 요금을 10% 올리더라도 제품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0.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지 시멘트 철강 등 전력을 많이 쓰는 업종은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농업용에서 제외되는 비닐하우스, 밭작물, 축산, 양어 등 시설용은 요금이 2배 이상 올라 영농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때 절전운동 차원에서 장려했던 심야전력의 신청을 제한하고 요금을 인상하는 것도 일관성을 잃은 정책으로 지적받고 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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