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황금알을 낳는 장사'였던 골프장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기업신용 평가기관인 데이코쿠(帝國)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들어 7월말까지만 무려 골프장 경영기업 67개가 도산했다. 이는 지난 한해 도산건수 50여개를 이미 넘어선 숫자다. 부채총액도 7월말 현재 사상 처음 1조엔을 넘어선 1조 1,140억엔을 기록했다.
골프장의 도산이 급증한 것은 불황으로 이용자가 줄어든데다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1990년 전후에 판매된 고액회원권에 대한 예탁금 반환 요구가 몰려 자금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도산위기에 몰린 골프장끼리 회원권 및 이용요금 인하 경쟁을 벌여 경영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
데이코쿠 뱅크측은 "올 한해 총 도산건수는 100건을 넘을 것이고 부채총액도 2조엔에 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골프업계에서는 2001년 3월 현재 일본 전국에 약 2,430여개에 이르는 골프장 중 1,700여개 정도가 간신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거품경제 시대에 부동산 투자수익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노리고 우후죽순으로 새 골프장 건설계획이 착수돼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골드만 삭스는 이처럼 도산한 일본의 골프장 60여개를 차례차례 매수해 일본 최대의 골프장 경영업체가 됐다. 10여년전 만해도 일본 업체가 미국의 유명 골프장들을 매수했는데 입장이 역전된 것이다.
또 골프장이 일단 도산하면 회원권 예탁금을 돌려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회원들이 운영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경영에 참여하는 새로운 재건 방식도 나타나고 있다.
/도쿄= 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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