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여치)는 가요계에 흔치 않은 팀이다. 일단 1989년 데뷔해 10년 넘게 팀을 유지하고 있다. 원년 멤버는 리더인 조병석과 남준봉 뿐이지만 현재 구성원인 3남2녀가 호흡을 맞춘 지도 벌써 4년 째다. 한 명 빼고 모두 30대인데도 여전히 대학 동아리 느낌이다. 다섯 명 중 어느 누구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의 스타급도 아니다.그런데도 여치는 유명하다. 라이브 때문이다. 1년에 4차례 정기적으로 하는 이들의 공연은 늘 매진에 가깝다. 한때 30만장이 넘던 음반이 이제는 1/3로 줄어들었지만 공연장을 찾는 사람의 수는 줄지 않는다. 그것도 데뷔 곡인 '별이 진다네'부터 전작의 '왠지 느낌이 좋아'까지 모두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공연에서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 자연과 인간을 모토로 하는 음악, 남녀가 함께 만들어내는 풍성하지만 현란하지 않은 화음, 아기자기한 맛이 살아있는 소박한 멜로디, 작은 것으로 공감을 자아내는 노랫말 등은 확실히 음반보다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음반을 사지 않고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음반과 무대 사이의 격차는 때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
9번째 음반 '달팽이와 해바라기'를 만들면서는 무엇보다 완성도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멤버 각자의 취향대로 다양한 음악을 만들되 성숙하면서도 세련되게 만들려 했다. 조병석이 도맡았던 작곡을 처음으로 절반 가까이 팀 내외의 여러 사람으로 분산했다. 어떤 음악을 해도 여치 스타일로 만들어 버리는 이들이기에 장르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어 보였다.
대신 작사는 조병석이 멤버들의 생각과 느낌을 모아 대표 집필 했다. "달팽이는 우리 팀일 수도 있고 그냥 인생일 수도 있어요. 해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를 달팽이가 느리지만, 꾸준히 따라간다는 상상에서 만들었어요." 시류를 살피기보다 한결 같은 음악으로 라이브 무대를 지켜온 이들에게 어울리는 비유다. 음반의 맨 앞뒤에 남성 버전과 여성버전으로 실린 '달팽이와 해바라기'가 수미쌍관식 구성을 취하고 그 사이에 슬픔, 즐거움, 회의 등을 담았다. 달팽이를 따라가는 심정으로 듣기에는 무리가 없는 좋은 곡들이지만, 공연을 보지 않고도 음반을 사는 사람들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곡 배열의 완급 조절이 숙제로 남을 듯하다.
공연은 9월14,15일 남대문 메사 팝콘 홀에서 열린다. 감히 '최고의 공연'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노래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에게 최고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나 어떻게' '이 밤을 다시 한번' 등 멤버들이 70년대 이래 최고로 꼽는 노래들도 골라 부를 예정이다. 12월21일부터 25일까지 크리스마스 공연도 벌써 잡아 놓았다. 여치의 다섯 사람에게 "공연은 숨을 쉬는 것과 같아 멈출 수도, 많이 했다고 쉴 수도 없는 것"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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