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참신하고 독특한 데뷔작 '헤드 업'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혼성 4인조 록밴드 체리 필터가 2년 만에 두번째 음반을 냈다.음반 제목은 '메이드 인 코리아?'. 발라드 댄스 R&B 같은 현재 가요의 주류가 아니라 97년 결성이래 고집해 온 하드코어, 펑키, 모던 록이어서 한국산이냐는 질문의 답으로 '노'를 기대한 듯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솔로 음반을 내고 활동해 온 여성 리드 보컬 조유진의 목소리에서는 일본 록의 느낌이 강하다.
조유진과 정우진(기타), 연윤근(베이스) 손상혁(드럼)으로 이루어진 체리 필터의 음악은 자우림 롤러코스터 스웨터 등 여성 리드 보컬이 있는 밴드 중에서는 가장 강력하다. 같은 홍대 앞 클럽가 출신인 크라잉 넛과 자우림의 중간 어느 지점쯤에서 음울한 랩을 앞세운 자극적인 하드코어를 구사한다. 이질적인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야말로 체리 필터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전작이 클럽을 드나드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어필할 정도였던데 반해 이번에는 수용의 범위를 넓히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클럽의 무대를 그대로 옮긴듯했던 거친 음악이 섬세하게 다듬어져 발 디딜 곳을 찾은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크라잉 넛의 베이스 주자 한경록이 가사를 쓴 범상치 않은 제목의 타이틀 곡 '낭만 고양이'는 빠른 하우스 비트와 기타, 조유진의 절규하는 듯한 보컬이 담을 타고 넘는 고양이처럼 정신을 빼놓지만 듣는 사람을 잡아 끄는 도입부의 은근한 멜로디와 절정부의 쉽고 단순함이 흡인력이 있다.
광고 음악으로 잘 어울림직한 상큼한 분위기의 '내게로 와'는 이보다 더 대중적인 취향이다. '갈매기 조나단'은 지난해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씨에게 바치는 추모곡이다.
체리 필터는 이번에도 TV 음악 프로그램과 라디오 출연 외에는 라이브를 고집할 생각이다. 물론 에너지 발산과 관객과의 직접적 교감에 있어 최고인 홍대 앞과 신촌의 클럽무대도 빠뜨릴 수 없다.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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