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청문회 아니냐.' '이런 청문회가 무슨 필요가 있나.'26일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 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첫날 모습을 지켜본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시민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각 당의 여러 정략적 고려와 제도 자체의 한계가 인사청문회를 면죄부 청문회로 만들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문회=요식절차' 안된다
회사원 한종희(韓宗熙·32)씨는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등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한 장 서리를 매섭게 질타한 의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기껏해야 신문만평을 들이대며 질문하는 의원들의 준비부족과 무성의가 이번 청문회를 실패작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박근섭(朴根燮·28·사업)씨는 "장상 전 서리를 눈물 쏙 빠지도록 매섭게 몰아붙이던 의원들의 모습은 이번 청문회에서는 실종됐다"며 "장상 전 서리보다 도덕적으로 나을 것 없는 사람이 인준된다면 남녀 차별적 기준이 적용된 대표적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찌감치 장상 전 서리와 비교해 편견없는 엄정한 잣대를 적용할 것을 주문해놓았던 한국여성단체연합측도 "솜방망이 질문만 나열됐고 장 서리 역시 답변 회피로 일관했다"며 청문회를 평가절하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지켜본 뒤 장 전 서리와 비교해 형평성에서 차이가 난다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제도 자체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반응도 많았다. 회사원 장경석(張京錫·31)씨는 "언론이 그동안 제기한 의혹을 되짚다가 그마저도 모르쇠로 일관하면 말아버리는 청문회가 무슨 청문회냐"며 "제도자체가 고위공직자의 자질을 검증하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정법 위반자가 자격있나'
이미 국회 총리인사청문특위에 인준 반대의견을 제출했던 참여연대측은 이날 장 서리의 답변 태도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인사청문회 TV 모니터링에 참여한 참여연대 관계자는 "위장전입을 맹모삼천지교로, 투기를 투자로 호도하는 등 장 서리가 실정법 위반을 넘어 도덕불감증까지 보이는 것 같다"며 "이대로 라면 인준 반대라는 기존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실련이 결성한 '총리 서리 평가 100인 시민배심원단'도 이날 TV 중계를 보며 그간의 의혹들에 대해 장 서리의 답변에 귀를 기울였지만 대부분 실망하는 분위기였다. 배심원단에 참여한 주부 최성주(崔星周·44)씨는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자식을 (8학군에서)교육시키겠다는 속물근성을 지도층 인사를 통해 확인한 게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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