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병풍(兵風) 공방이 26일 국회 국방위로 무대가 옮겨졌다. 검찰 수사 등을 놓고 그 동안 당 대변인실과 국회 법사위에서 격돌해 온 양당은 이날 국방부와 병무청을 상대로 총력전을 폈다.한나라당은 이날 공격의 포인트를 병무 비리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에게 맞췄다. 한나라당은 이 과정에서 합수부 수사팀장이었던 고석(高奭) 대령으로부터 "청와대 박주선(朴柱宣) 법무비서관에게 김대업(金大業)씨의 비리를 면책해 주고, 병역 비리 수사에 참여시킬 것을 건의했다"는 답변을 얻어 냈다.
고 대령의 발언은 병무 비리 합수부 수사팀장으로 김씨를 수사에 활용했던 이명현(李明鉉·당시 병역비리수사팀장) 중령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우연하게 나왔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이 이 중령에게 "김씨는 사기 전과가 있는데다 병무 비리를 저지른 자임을 알고서도 어떻게 수사에 참여시켰느냐"고 따지자 이 중령이 머뭇거리며 선뜻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고 대령이 나서 "병무비리 수사가 난관에 부딪치자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병무 비리에 밝은 김씨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답변했다.
이에 김 의원은 "김씨를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시키면서 병역 비리를 면책해 주기로 한 사람이 누구냐"고 추궁했고 고 대령은 "박주선 비서관에게 병무 비리 수사를 위한 합수부 설치 및 김씨의 면책을 건의했으며 박 비서관이 '검찰에 물어 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고 대령은 "당시 청와대에는 법무관리관, 수사서기관과 함께 갔었다"고 말했다. 고 대령은 김씨의 면책 및 수사 활용 방침과 관련, 국방장관에 대한 보고 여부를 묻는 김 의원의 후속 질문에 "천용택(千容宅) 당시 국방장관에게는 법무관리관이 구두로 보고, 허락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천용택 의원도 "당시 법무관리관이 '제보가 없어 병무 비리 수사에 어려움이 많은데 병무 비리를 잘 아는 사람을 수사에 활용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해 이를 허락했다"며 "그러나 당시 그 사람이 김씨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해 고 대령의 답변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터무니없는 공세로 병역 비리의 본질을 덮으려 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천 의원은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적기록표에는 무려 36가지의 오류가 있다"며 "이는 정상적 공무 상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양수(朴陽洙) 의원은 "김씨는 병역 비리만큼은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의인"이라고 두둔한 뒤 "이제 병역 비리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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