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이번엔 대종상영화제의 비리를 캐고 있다. 그 동안 PR비, 조폭자금 유입설, 정·관계 유력자 대상 주식로비, 연예인 성 상납의혹이 문제가 되더니 이제 대종상까지 도마에 올랐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2년 전 제 37회 행사 때 신인상 수상자 선정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것이다. 액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오래 전부터 대종상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이 한 건이 비리의 전부는 아닐 것이라고 판단된다.우리나라의 대표적 영화제로 꼽히는 대종상영화제는 시대의 추세와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영화계 안팎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1958년 당시 문교부의 국산 영화상을 모태로 3년 뒤 제정한 대종상이 영화진흥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10년 전 정부 주도의 영화제가 민간 주도로 바뀐 것은 큰 변화였지만, 영화계는 좋은 전기를 맞고도 대종상의 권위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이미 1984년부터 수상업체에 대한 외화수입 특전이 없어져 참여가 부진해진 터에 영화단체 간의 알력으로 운영주체도 자주 바뀌었다. 운영주체의 변경에 따라 심사위원들의 면면도 판이해지니 자연히 로비의 개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영화계의 평가나 대중의 인기와 동떨어진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영화제가 권위를 인정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검찰수사가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크겠지만, 영화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운영주체에 대한 검토 등 전반적인 대종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카데미상처럼 지역과 인종, 성까지 감안한 대규모 심사위원을 구성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심사위원 선정부터 최대한 공정해야 한다. 칸 영화제가 대부분의 시상부문에 상금이 없는데도 세계적 권위를 인정 받는 것은 그만큼 작품에 대해 공정하고 냉철한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