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를 곁눈질 하며 조심조심 상승하던 서울 증시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660선에서 쉬지 않고 올라온 데 따른 피로감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단기 급등을 의식한 개인과 기관, 외국인 투자자의 눈치보기도 극심하다. 전문가들은 "추세 전환의 갈림길은 분명하지만,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가격동향과 외국인 매매패턴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어 향후 추세를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비록 미국의 '더블딥(경기 재침체)'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향후 거시지표를 자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따른다.
■두려움이 여전한 안개장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12거래일 동안 두 번의 약보합을 제외하고 연속 상승했다. 해외변수가 호전된 데다 4개월 연속 조정을 거친 뒤의 상승세인 만큼, 추가상승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6월말∼7월초 700에서 800선까지 단기 급등한 뒤 600선까지 되 밀린 경험을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여전하다.
우선 시장주도 세력이 뚜렷하지 않고 거래규모도 10억주 미만으로 저조하다. 외국인은 선물에서 3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다 23일엔 3,000계약 이상을 순매도하는 등 방향성 없이 움직이고 있다.
개인은 10일째 순매도로 일관, 9일 이후 순매도 금액이 1조3,000억원을 넘었다. 266만주에 달했던 삼성전자의 자사주 물량이 현재 60여만주에 불과, 시장주도력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수급 및 해외여건은 점차 호전되는 양상이다. 고객예탁금은 5일째 증가, 23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전날보다 551억원 늘어난 9조5,3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주말 다우지수 9,000, 나스닥지수 1,400선이 또다시 무너지긴 했지만 지금이 바닥이라는 인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주식형펀드는 오랜만에 34억달러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국제유가도 미국이 단시일 내 이라크를 공격할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추세 반등 여전히 불투명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은 10인 10색이다.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현재의 관심은 '단기 조정'이냐, '추가상승'이냐 하는 국지적인 문제로 모아진다.
우리증권은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증가해 추가 상승보다는 단기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급등종목에 대해선 이익을 실현하는 게 유리하며,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미진했던 음식료 섬유의복 등 내수주에 관심을 가지라는 주문이다.
교보증권 역시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했던 만큼 추가 반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투자심리가 90을 넘는 등 과열권 진입신호를 보내고 있어 조정을 대비한 현금 확보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반면 동부증권은 일부 기술적 지표들이 과열권에 진입하긴 했지만, 현재 국면에서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본다. 해외 주식시장이 강한 저항선을 돌파한 가운데 기술적 지표상으로도 다양한 지지선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역시 추가 상승을 위한 숨고르기 과정은 필요하지만, 거의 모든 업종지수가 20일 이동평균선을 넘는 강한 상승탄력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의 추가상승은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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