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제5차 이산가족 상봉 북측 후보 120명의 명단이 발표된 뒤 남한내 가족들은 밤잠을 설치며 반세기 만의 상봉에 대한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상봉자 가족중에는 애간장을 태우다 상봉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부모들이 적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북측 후보명단에 동생 황용성(69)씨가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한 누나 애성(72·경기 고양시)씨는 "헤어지기 직전 충남 공주의 중학교에 다녔던 동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애성씨는 "어머니는 생전 '용성이는 반드시 살아 있을 것'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하시면서 제사도 못 지내게 했다"며 "북으로 간 아들을 그리다 88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도 이제 한을 푸실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후보 명단에 포함된 윤갑중(73)씨의 남쪽 동생 민중(68·인천 남구)씨는 "형님이 돌아가신 것으로 생각해 전쟁이 끝난 뒤 사망신고를 했었다"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1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는 예전에 살던 집 문밖에 자주 나가 형님을 기다릴 만큼 한많은 세월을 보냈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북측 후보명단에서 남편 리진우(77)씨를 확인한 아내 김기연(75·경북 포항시)씨는 "살아있어 다행"이라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지어보였다. 반세기동안 독수공방하며 두 아들을 키워온 김씨는 1차 상봉 때 북에 다녀온 사람을 통해 남편의 생존을 확인하고 적십자사에 계속 상봉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탈락, 또다시 좌절감을 맛보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다.
김씨는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살아있는 게 확인되지 않아 74년부터 아들들이 제사를 지내왔다"면서 "전쟁 직후 동네청년들과 함께 북으로 갔던 남편이 북쪽에서 대학도 다니고 큰 고생은 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북측 후보자 리인하(73·여)씨의 남동생 이봉준(64·한국항공대 교수)씨도 "이번만은 누님과의 상봉이 꼭 실현돼 쌓인 한을 풀 수 있길 바란다"며 상봉을 기대하면서도 혹시나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리씨는 2000년 11월과 2001년 2월 진행된 제2, 3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후보자 명단에 포함됐으나 최종 방문단에는 끼지 못해 남쪽 가족들을 애태우게 했다.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산가족 상봉예비후보 300명에 포함됐지만 가족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스스로 기회를 포기한 이들이 2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적십자사는 예비후보 300명 중 57명이 건강검진에 불참했으며 이 중 21명은 스스로 기회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또 연락이 되지 않았거나 연락이 됐지만 불참한 사람도 32명이었으며 2명은 이미 숨졌고 2명은 해외이민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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