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과 개방에 대한 역풍 등의 이유로 국제경기 참가를 자제해오던 북한이 부산아시안게임(9월29∼10월14일)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키로 함에 따라 북한 스포츠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과 친선경기를 앞두고 있는 축구 등 북한의 스포츠 현황과 최근 새로 유행하는 종목 등 북한 스포츠 전반에 대해 알아본다.
■北도 축구엔 "열광 열광 열광"
볼거리가 부족한 북한에서 스포츠라면 대부분 인기가 있는데 특히 축구와 탁구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서 돌풍을 일으킨 북한축구는 이후 침체를 거듭하고 있지만 저변 만큼은 탄탄하다. 성인(1∼3부) 남녀축구팀이 130여개에 달한다. 한국의 프로리그처럼 1급에 속하는 팀들은 4·25팀, 압록강팀, 기관차팀 등 15개에 이르며 이들은 1년에 40경기 정도를 치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팀들은 대부분 평양에 몰려 있고 지방팀들은 수준이 조금 떨어진다는 것이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여자축구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서 세계 최강 중국을 꺾을 만큼 세계정상권이고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
탁구는 축구와 더불어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전문체육단에 편중돼 있는 축구와 달리 시군구역 등 전국에 걸쳐 700∼800개의 구락부가 산재해 있다. 국제경기를 많이 하지 않는 북한이 평양국제초청탁구대회 만큼은 16회째 개최하고 있는 것만 봐도 탁구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김현희가 버티는 여자탁구는 세계 정상권이다. 농구 복싱 사격 유도 역도 레슬링 마라톤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농구는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운동이니 적극 육성하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97년 남녀 세미프로팀이 창단됐다. 1부리그에는 남녀 각 12개 팀이 운영되고 있고 최근 전국적으로 130여개 팀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통일농구대회 때 잘 알려진 세계최장신 리명훈(235㎝)과 박천종은 인기스타다.
93년 공화국 프로권투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등 최초의 프로종목이 된 프로복싱은 격렬함 때문에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플라이급챔피언 홍창수가 체육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노력영웅'칭호를 받는 등 복싱은 인기종목으로 자리잡았고 최근 프로선수가 30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여자선수들도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라톤은 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정성옥이 우승하면서 역시 인기종목으로 뛰어올랐다. 정성옥은 이때의 우승으로 선수 최고영예인 '공화국영웅'칭호가 수여됐다. 마라톤 경기는 자주 중계되고 있다.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계순희가 버틴 유도와 2000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리성희의 역도, 대표적인 메달박스인 레슬링도 인기가 좋다. 최근에는 자본주의 스포츠라고 백안시하던 야구 소프트볼 볼링 골프 등도 서서히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시설도 확충되고 있다.
북한은 국가대표선수가 될 경우 '체육명수'칭호와 함께 일반노동자의 2배인 200원의 월급에 하루 백미 800g, 잡곡 150g을 지급받아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축구, 킹스컵우승후 전력 급상승
9월7일 오후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대표팀과 남북통일축구경기를 갖는 북한대표팀은 지난해 중국 삼성배 4개국 대회 우승, 올 2월 킹스컵대회(태국 방콕) 석권을 발판으로 아시아의 강호 도약을 꿈꾸고 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8강 신화로 대변되는 북한축구는 94년 미국월드컵 예선 이후 국제무대서 자취를 감췄지만 2000년 방콕 아시안컵 예선 참가를 계기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남북이 90년 이후 12년 만에 열리는 통일축구경기에 23세 이하 위주의 선수를 출전시키기로 합의함에 따라 북한은 다음달 5일부터 8일까지 서울방문기간에 킹스컵 우승의 주역인 젊은 선수들과 리정만(43) 감독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지난 2년간 집중훈련을 실시해 전력향상이 급상승하고 있는 북한은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상위입상이 점쳐지고 있다.
3-5-2 전형을 주로 활용하는 북한대표팀은 스피드와 투지를 강조하는 압박축구가 특징. 공격진에는 리금철(22)과 전철(20)이 투톱으로 나서고 최고참 전영철(28)은 플레이메이커로 경기를 조율한다. 프리킥과 코너킥을 도맡는 그는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자격으로 아시안게임 참가가 유력하다.
그러나 최후방에 처진 스위퍼를 활용하는 등 전술적으로 세계축구의 흐름에 다소 뒤진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2월 킹스컵서 북한대표팀의 경기를 관전했던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정신력은 대단하지만 경기운영과 전술소화능력이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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